"7·10 대책 이후로도 호가를 낮추겠다는 사람은 없어요. 증여 문의나 조금 오고, 호가를 더 올리는 분도 계시고요. 일단 매도하겠다는 물건이 많지 않으니 호가가 오를 수 밖에 없어요."(서울 잠원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정부 대책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주택 매매 거래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6·17 대책이 나오자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일부 지역은 신고가 행진을 벌였지만 7·10 대책이 나오자 관망세가 짙어졌다. 다만 호가는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 매도 물건이 부족한 탓이다.
부동산 규제지역 /국토교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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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7·10 대책 이후로도 부동산 매도 호가는 꾸준히 오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강변아파트의 전용면적 84㎡형 호가는 6월 말까지 17억5000만원이었는데 최근 20억원으로 올랐다. 신반포 12차 전용면적 114㎡형은 지난 6월 말까지 18억원을 호가로 불렀는데, 최근엔 18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서울 반포의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에도 비선호 층의 주택이 시세보다 조금 싸게 거래가 됐고, 그 뒤로는 그보다 더 올린 호가만 나오고 있다"면서 "움직이겠다는 사람이 없어 매물이 많지 않다보니 호가가 떨어지지 않고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서대문구의 ‘e편한세상 신촌’은 이달 6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용면적 112㎡형이 15억4000만원에 팔렸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올해 2월에 15억2000만원에 팔리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4억4000만원까지 떨어졌는데, 대책이 연이어 나오자 갑자기 더 호가가 올랐고 거래까지 됐다"고 했다.
6·17 대책 이후 수원, 용인, 김포 등 수도권 주요 도시의 아파트들은 속속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성남 금광동 ‘래미안 금광’ 전용면적 114㎡형이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날 화성 석우동 ‘우미린 제일풍경채’ 112㎡형은 6억1500만원, 안양 호계동 ‘호계 2차 현대홈타운’ 98㎡형이 5억8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용인 완장리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6단지’ 전용면적 59㎡형도 2억9000만원,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3단지’ 84㎡형도 3억4000만원에 거래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6·17 대책 이후로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점차 줄어든다는 판단을 한 실수요자들이 뒤늦게 매수세로 마음을 바꾼 탓에 호가가 올랐고, 7·10 대책 이후로는 거래가 실종될만큼 매도 물건이 많지 않아 호가만 자꾸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6·17 대책이나 7·10 대책 여파로 단기 투자자가 주택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져 수도권 주택 가격의 상승폭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다주택자가 집을 매도할 실익이 없어 매물이 많이 나오기도 어려워보인다"고 했다.
수도권 비규제지역에 풍선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사상 최고가 거래가 이뤄진 수도권 지역에서 작동하는 기제는 기본적으로 아파트 수급 불균형"이라면서 "앞으로는 비규제지역 중 지하철, 철도 등 교통 호재가 있는 곳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대출 규제도 피한 곳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경기권의 비규제지역 중에서 교통 개선 호재가 있거나 역세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6·17 대책 이후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0.50% 오른 가운데, 경기도는 0.8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0.25%)과 인천(0.46%)보다 높은 상승률이다.
김포 운양동 한강신도시 ‘운양 KCC 스위첸’ 전용면적 84㎡형이 사상 최고가인 4억5000만원에 팔렸고, 풍경마을 ‘래미안 한강2차’ 84㎡형과 70㎡형이 각각 4억7000만원과 3억60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에 거래됐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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