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김대영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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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동산 대책을 보면 강남 거주자를 야단치고 싶어하는 것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시장에서 이뤄지는 자원 배분 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 같다."(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
"겉으로는 집값을 잡겠다지만 속으로는 집값이 상승한 지역에서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주택이 시장에 나오게 하려면 양도세를 낮춰야 하는데 이번에도 빠졌다."(정진욱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한국경제학회 현직 회장과 차기 회장이 내린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다. 매일경제는 최근 이인호 회장과 정진욱 차기 회장을 매경미디어센터로 초청해 긴급좌담회를 진행했다.
무작정 비싼 집을 '때리는' 세금폭탄 투하에 대해 이인호 회장은 "집값이 오른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오른 집값만 때리고 있다"며 "배가 아프다고 배에 빨간약을 바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여당이 다주택자를 겨냥한 7·10 대책을 내놨다.
▷이인호 회장=다주택도 노렸지만 사실 속내는 강남을 때려잡아야 집값이 잡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집값이 오른 지역을 때려도 공급이 늘지 않으니 집값 안정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정진욱 차기 회장=문재인정부는 겉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내세우지만 속내에는 오른 집값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부당이익'을 얻었다고 생각해 환수하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정책이 자꾸 뒤섞이는 것이다.
―그럼 필요한 방안은.
▷이인호=판교는 좋은 기업과 젊은이들이 모이자 집값이 크게 올랐다. 이런 식으로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을 조성할 생각을 해야지, 집값이 오른 곳을 때리는 것은 좋은 방식이 아니다. 정책이 더 과격해지면, 거래절벽이 현실화해 집값에 경착륙이 올 수도 있다. 정부도 이를 원치는 않을 것이다.
▷정진욱=정부가 주택의 생산과 공급을 혼동하는 것 같다. 3·4기 신도시 등 주택 생산을 늘리는 정책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거리도 멀어 하(下)책이다. 강남 등 수요가 많은 곳의 재건축을 푸는 것은 중(中)책이다. 상(上)책은 양도소득세를 낮춰 양질의 아파트가 시장에 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방안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이인호=부(富)가 소수 인원과 일부 지역에만 쏠렸다는 믿음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하느님도 강남 자체를 넓힐 수는 없다. 시장가격에 따라 강남에 살 사람만 사는 것이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정진욱=가격이 안정되면 부당이익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부당이익을 환수하려고 양도소득세를 올리니 가격도 내려가지 않고, 공급도 줄어든다. 악순환이다.
―부동산이 이례적으로 급등한 이유가 있다면.
▷정진욱=이번 정부 들어 집값이 오르기만 하고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겼다. 단기적으로 이를 급격히 꺾으려는 생각은 무리다.
▷이인호=광의통화(M2)를 기준으로 시중 유동성이 3000조원을 넘어섰으며, 기준금리도 역대 가장 낮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
―재정 파수꾼이 사라진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진욱=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고 하지만 정부마다 기축통화 여부 등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 적어도 단기 급증은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이인호=정치인은 부채 단기 급증을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건 기획재정부 공무원만 남은 것 같다. 그 외에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으로 추가경정예산에 어울리지 않는 본예산성 사업을 마구잡이로 집어넣었다.
―추경 규모도 30조원이 넘었는데.
▷이인호=코로나19로 돈에 대한 감각이 달라진 것 같다. 조 단위는 무척 큰돈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적자 국채를 추가로 24조원 가까이 찍는 것은 민간 회사채 시장을 얼어붙게 할 우려가 있다.
▷정진욱=전례 없는 충격인 만큼 정부 부채 증가는 필요한 일이지만, 결국 후손이 갚아야 할 돈임을 명심해야 한다.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증세는 언제 고려해야 하나.
▷정진욱=증세를 너무 서두르면 총수요 진작을 위한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 아직은 너무 이르다.
▷이인호=세율을 낮춰도 기업과 가계 소득이 높아지면 세액은 더 늘어난다.
―코로나19로 고용도 악화됐는데.
▷이인호=디지털 뉴딜 얘기가 나오지만 이를 통해 고용을 단시간에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의미한 인턴, 단기직만 늘리기보다 기업이 원하는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형태로 청년 인턴을 민간과 연계해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계속 고용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정진욱=신입 채용이 줄어든 데에는 블라인드 채용도 영향을 줬다. 원하는 인재를 뽑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력한 결과까지 식별하지 못하게 하면 곤란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면 저출산과 저성장은 다시 개선될 수 있을지.
▷이인호=수백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두 문제는 개선하지 못했다. 저출산은 문화적 문제도 있기 때문에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제는 저출산과 인구감소, 이에 따른 저성장은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정진욱=동의한다. 이제는 수출로 경제를 살린다는 기존 아이디어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수출로 돈을 벌어도 낙수효과가 적은 만큼 내수를 진작해 소비를 살리고 돈이 돌게 해야 한다.
■정부·정치권에 주는 조언
이인호, 시장과 싸우면 실패…시장과 함께가야
정진욱, 정책은 장기전…정부, 조급증 버려라
한국경제학회를 이끄는 이인호 회장(왼쪽)과 정진욱 차기 회장이 최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정부의 정책과 경제 여건 변화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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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전달하고 싶은 중요한 한 가지를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인호 회장은 "정책이 시장과 함께 가야 당초 목표를 달성한다"고 말했다. 정진욱 차기 회장은 "단기적 효과보다는 장기적 효과를 생각하고 전체적인 큰 판을 생각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과 장기적 효과를 꺼낸 이유는.
▷이인호=반드시 시장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 자체를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는 정책을 써야 정부 목표를 더 쉽게 달성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만 해도 그렇다. 시장과 싸워 버리니까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못하고 수요 억제책을 써도 가격이 뛰지 않았나. 최저임금이 급등한 것도 비슷한 원리다.
▷정진욱=경제정책은 정치와 경제가 만나는 지점이다. 정치인은 임기가 있어 단기적 효과만을 생각하게 되고 장기적 효과를 고려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관료는 본인 전문 분야만 보느라 전체를 고려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각자 잘하지 못하는 지점이 없는지를 성찰하는 게 필요하다.
―특별히 두 분 제안이 그대로 적용될 정책 분야는.
▷이인호=문재인정부 대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보자. 정부는 벌써부터 소주성이 성장에 효과가 있었는지를 검증하고 싶어하더라. 그런 논의는 정책 도입 후 10년쯤 지나서야 가능하다.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하자며 갑자기 최저임금을 올려 많은 자영업자가 점포 문을 닫았는데 고용이 늘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
▷정진욱=소주성에 관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낸 보고서가 있다. 소득분배를 개선하면 건강과 교육 여건이 개선돼 연구개발(R&D)에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는 실증 연구가 약해 국가 전반적 운영에 도입하기는 너무 성급했다. 정치인의 조급증이 발동했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이나 고용보험은 어떤가.
▷이인호=경제학자 중 다수는 한국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최적의 형태가 기본소득이나 고용보험 확대인지를 두고는 이견이 있다. 특수고용직까지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문제에는 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가,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재원과 효율성에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정진욱=경제적 선택에서 형평성과 효율성은 대부분 대립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효율성만 추구하다 형평성을 잃으면 안 되기에 안전망을 만들자는 데에는 동의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효율성을 너무 희생시켜 사회적 효용이 감소하는 정책을 갑작스럽게 도입하면 곤란하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은…
△1957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산업조직학회장 △한국금융정보학회장 △현재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진욱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은…
△1960년생 △연세대 경제학부 △미 플로리다주립대 경제학 박사 △아주대 경제학부 조교수 △연세대 경제학부장 △한국계량경제학회장 △현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정리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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