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불안 해소 상징적 효과”
수서역·세곡동·내곡동 일대 유력
선택해제 땐 ‘1만~2만호’ 신규 예상
“토지수용 자금 시장유입 불보듯”
집값 상승 ‘역효과’ 우려에 신중론
군 등 정부 부지 활용 검토 제안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주택공급물량 확대를 위해 서울 주변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헌릉로 일대의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 그린벨트 지역.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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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시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활용을 하나의 대안으로 꺼내들면서, 후보 지역과 주택공급 가능 물량, 주택시장에 끼칠 영향 등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의 그린벨트 활용 검토는 지난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주택공급 확대 태스크포스 실무기획단’ 첫 회의에서 사실상 공식화됐다. 단장을 맡은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회의 전 모두발언에서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모든 대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7·10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공급을 늘릴 방안으로 도심 고밀 개발, 3기 새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 활용, 공공 재개발·재건축,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등 다섯가지를 제시했는데, 실무기획단 출범과 동시에 그린벨트 활용이 추가적인 검토 사항으로 메뉴판에 오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린벨트 활용 논의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18년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마련하면서 국토부는 보존 가치가 낮은 3~5등급 지역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했고, 실제 이후 발표된 수도권 3기 새도시 등 대규모 공공택지는 상당한 면적의 그린벨트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 논의가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 행정구역 안의 그린벨트를 풀어 활용하자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
서울시내 그린벨트 면적은 150.25㎢에 이르며, 이 가운데 해제 가능 대상인 3~5등급 지역은 약 29㎢로 전체의 20%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실제 활용 가능성이 높은 곳은 강남구 수서역 일대와 세곡동 일대,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강동구 고덕동 일대 등이 꼽힌다. 훼손 정도가 상당해 보존 가치가 비교적 떨어지고, 구릉지와 평지로 개발이 용이한데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는 이들 지역의 그린벨트를 선택적으로 풀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 1만~2만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2009~2010년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포함한 2만여가구를 공급했다. 당시는 부동산 경기 침체기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서울 집값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 서민 주거 안정에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시내 그린벨트 활용이 최선책은 아니어도 지금과 같은 시장 과열기에는 여러 공급 대책과 함께 제시할 경우 수요자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정책 효과는 누적적일 때 나타난다”며 “그린벨트 활용은 시장에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준다는 측면에서 상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외곽의 녹지와 농지를 주택용지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도심에 가까운 그린벨트 훼손지를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강남권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주택 공급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법제사법위원회)은 “그린벨트를 풀면 토지수용을 하기 때문에 보상비가 풀리고, 이 돈은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된다”며 “자칫하면 강남 집값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그린벨트 활용보다는 골프장과 군시설 등 정부 소유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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