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오리지널 <SF8- 간호중> 스틸컷.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간병 로봇이 등장한다. / 웨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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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보지?’
코로나19는 고민을 키웠다. 극장은커녕 집 밖으로 나가기도 꺼려지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집콕 생활’의 무료함을 달랬다. 스크린의 압도감은 없지만 선택지가 넓다. 독보적 구독형 OTT인 넷플릭스의 올 1분기 전 세계 신규 가입자 수는 1580만 명을 기록했다. 자체 전망치 700만 명의 2배를 웃돌았다. OTT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도 막강하다. 닐슨코리안클릭이 집계한 넷플릭스의 지난 5월 기준 국내 모바일앱 순이용자는 637만 명. 그다음인 웨이브(346만 명)보다 훨씬 앞선다. 이런 결과를 두고 토종 OTT에 ‘고전’, ‘자생력 의문’ 같은 수식이 따라붙었다.
아무리 넷플릭스라도 볼 거 다 봤으면 언제든 떠나는 게 이 시장의 트렌드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놀면 뭐하니?>가 재미있어서 ‘웨이브’를 한 달 끊었다가 <이태원 클라쓰> 보려고 ‘티빙’으로 옮기고, 또 이동하는 소비 경향이 있다. 이용자들은 굳이 한 곳에 안주하지 않는다. 결국 콘텐츠를 따라가는 시장이다. 현란한 마케팅을 해도 대전제는 콘텐츠다.”
토종 OTT들도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오리지널 콘텐츠 또는 독점 콘텐츠 공급에 나서고 있다.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이고 기존 가입자를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도 ‘오리지널’
10년째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환자와 지칠 대로 지친 보호자. 그 둘을 보살피던 간병 로봇은 둘 중 누구를 살려야 할지 고뇌한다. AI 파트너를 뇌에 이식해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있는가 하면 인구 절반이 가상 연애 앱에서 연애하는 세상이 그려진다. 성형수술 전 얼굴로 계정을 만들어 사랑을 나누는 커플, 시스템이 다운되지만 실제 만남은 주저한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합작한 웨이브는 7월 10일 SF시리즈 <SF8(에스에프에잇)>을 공개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웨이브·MBC와 손잡고 내놓은 ‘한국형 SF’물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상상해 볼 만한 이야기를 구현해낸 작품 8편을 엮었다. 웨이브에서 먼저 공개된 SF8은 8월 중 MBC에서 차례로 방영된다. 영화와 방송, OTT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다.
웨이브는 올 하반기 <SF8>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거 선보인다.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슬기의 웹예능 <레벨업 아슬한 프로젝트>는 매주 올라오고 있다. 지상파뿐 아니라 MBN·TV조선·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 드라마에도 투자해 ‘웨이브 오리지널’로 선보인다. 해당 채널에 방영하면서 온라인에는 웨이브를 통해 독점 공개하는 식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방송콘텐츠 역시 중요하다. 업데이트 주기가 짧지 않을 경우, 이용자 입장에선 몇 편 보고 나면 볼 게 없어진다. 대중적인 기반은 방송콘텐츠가 중심이다. 여기에서 좀 더 새로움을 주고 독점적인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 플랫폼마다 오리지널 투자라든지 독점수급과 같은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경우도 국내 ‘오늘의 Top 10’ 콘텐츠 중 다수는 방송사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다.
CJ ENM이 이끄는 티빙은 CJ ENM·JTBC에서 제작하는 콘텐츠가 무기다. 이미 증명된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전략이다. CJ ENM <삼시세끼>·<사랑의 불시착>·<슬기로운 의사생활>과 JTBC <이태원 클라쓰>·<부부의 세계> 등 티빙의 라인업은 이름만으로도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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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에는 CJ ENM과 JTBC의 합작법인이 출범한다. 합작법인은 CJ ENM이 보유한 티빙을 담당하는 사업 부문을 분할하고 JTBC가 2대 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힘을 합친 웨이브에 이은 두 번째 토종 OTT 연합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에 모두 콘텐츠를 공급하던 JTBC는 지난 1월 웨이브와 계약을 중단했다. CJ ENM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과 JTBC tvN 자회사 JTBC콘텐츠허브가 모두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만큼 티빙이 어떤 전략을 펼지도 관심을 모은다. 티빙 관계자는 “콘텐츠가 가장 큰 경쟁력·협상력을 갖는다”며 “합작법인의 대표적 전략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간 몇 편을 제작하고 얼마를 투자할지, 어떻게 송출할지 등 세부사항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전략에 정책을 더한다
영화·방송·도서 추천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왓챠의 전략은 ‘콘텐츠 추천’과 ‘독점 콘텐츠’로 요약된다.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면서 이탈을 막고 있다. 왓챠에는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평가한 ‘별점’ 데이터가 5억여 개가 쌓여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신 해외 유명 콘텐츠를 독점 유통하는 전략을 편다. 올해부터 ‘왓챠 익스클루시브’라는 이름으로 <이어즈&이어즈>·<와이 우먼 킬>·<킬링 이브> 등을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과 핵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체르노빌>을 들여왔다. 왓챠 관계자는 “소수의 팬층이 있는 단편영화·다양성영화·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풀이 다양하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역시 기존 강점인 오리지널 콘텐츠에 힘을 주고 있다. 국내에선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로 <킹덤> 시리즈와 <인간수업>의 흥행을 이어가려고 시도 중이다. 넷플릭스는 김보통 작가의 인기 웹툰 <D.P. 개의 날>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확정했다. DP는 탈영병을 쫓는 헌병 군무이탈 체포전담조의 약칭이다. 웹툰 <지옥>·<지금, 우리 학교는>·<스위트홈>도 넷플릭스에서 재탄생한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OTT가 국내에서 굳건한데다 내년에는 디즈니플러스 등 또 다른 글로벌 OTT의 진출이 점쳐지는 상황. 정부는 지난 6월 22일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토종 플랫폼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2022년까지 미디어 시장을 10조원 규모로 키우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에 대항할 OTT를 최소 5곳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규제 완화와 지원, 콘텐츠 투자 확대, 국내 미디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공정·상생 환경 조성 등이 주요 과제로 올랐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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