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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유시민 '채널A 사건 윤석열 개입' 음모론, 사실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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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4일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한 모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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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가 열리는 24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사집중’에 출연해 ‘음모론’을 제기했다. 검찰과 채널A가 2월초부터 신라젠 관련 자신의 비위를 캐기 위해 공모했고,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깊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유 이사장이 음모론의 근거로 든 발언 대부분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신라젠 행사 사진, 검찰 압수수색에서 나올 것 같은 사진들”

유 이사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2월초 갑자기 기자들이 연락이 엄청 왔다”며 “신라젠 행사에서 내가 신라젠 임원들하고 같이 찍힌 사진, 검찰 압수수색에서 나왔을 법한 자료들을 근거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라디오 진행자가 “기자들이 사진을 토대로 질문을 했다는데, 어디 공개돼서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묻자, 유 이사장은 “그런 게 아니다”고 답했다. 검찰이 신라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사진 자료 등을 언론에 흘렸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유 이사장은 기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진을 제시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여러 언론이 보도한 유 이사장의 신라젠 행사 사진은 2015년 6월 채널A 다큐멘터리 ‘집단지성’에 유 이사장이 나오는 모습을 캡쳐한 것이다. 유 이사장이 2015년 4월 양산부산대병원의 신라젠 센터 개소식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양산부산대병원 공식홈페이지 홍보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공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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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다큐멘터리 '집단지성'에 방영된 유 이사장과 이철 전 VIK 대표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왼쪽 위). 양산부산대병원 '병원소식' 게시판에는 2015년 4월 유 이사장이 이른바 '신라젠 센터'에 참석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올라와있다. 과거 VIK가 유 이시장이 글쓰기 특강을 한다며 배포한 포스터. /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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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신라젠 수사팀 보강”

유 이사장은 이동재 채널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2월5일쯤부터 이철 전 VIK 대표에 대한 취재를 공모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 근거로 유 이사장은 “2월5일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남부지검 신라젠 수사팀에 검사를 보강했다고 나온다”며 “신라젠 수사팀 보강 보도에 전부 제 이름이 나왔다"고 했다.

이어 “채널A 진상보고서를 보면 이 전 기자가 법조팀 단톡방에 신라젠 관련해 저를 취재한다는 걸 올린 게 2월6일이기 때문에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만난 것은 2월5일쯤일 것이라 추측한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서울남부지검 신라젠 수사팀에 수사인력을 보강하지 않았다. 2월 5일 오전 일부 언론에서 신라젠 수사팀이 보강된다는 보도를 냈지만, 같은 날 오후 검찰은 “파견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다중피해 금융사건의 수사지원을 위한 것으로, 신라젠 사건에 투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검사들은 신라젠 사건이 아닌 ‘라임 사태’에 투입했다.

공모시점역시 검찰과 유 이사장이 보는 시각이 다르다. “공모의 시작이 2월 5일일 것”이라는 유 이사장 주장과 달리 검찰은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부산고검 차장실에서 만난 2월13일을 공모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전 기자측이 이때 둘의 만남을 녹음한 음성파일을 공개했고, 법조계에서는 둘이 나눈 대화만으로는 공모가 성립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이철을 미결수로 만들어 추가 기소한다고 압박”

유 이사장은 “(자신의 신라젠 비위 의혹에 대해) 증거를 가지고 뭘 할 수 없으니 증언으로 엮어보자고 해서 이철씨를 데려다가 미결수로 만들었다”며 “추가 기소 건을 가지고 압박하자는 게 이분들(검찰) 생각”이라고 했다. 언론이 신라젠 수사 관련 보도를 하자, 검찰이 이 전 대표를 수사로 압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MBC도 유 이사장 주장과 비슷한 맥락의 보도를 한 바 있다. MBC는 지난 4월 이 전 기자가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협박 취지의 편지를 보내자, 검찰이 구치소에 있던 이 전 대표를 소환 조사하며 “종편과 검찰이 한통속으로 움직였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는 채널A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기 1년 전부터 검찰에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본인이 모두 거부했다. 2018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 전 대표가 2011~2015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투자금을 해외 조세 피난처에 은닉한 의심거래 정황을 포착한 뒤 서울남부지검에 통보했다.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였다.

사건을 통보받은 서울남부지검 수사과는 작년 2월부터 9월까지 서울남부구치소의 이 전 대표에게 10여 차례 출석을 통보했지만 이 전 대표가 모두 거부했다. 이 전 대표는 결국 3월에서야 검찰에 출석했다. 개인 비리 혐의 조사였기 때문에 정치권 연루 질문은 나오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이 전 대표 진술 상당 부분이 소명돼 사건도 무혐의 처분됐다.

◇법조계 “윤 총장 엮으려 무리수”

유 이사장은 출연한 라디오 말미에 “이 이야기(검언 유착 의혹)를 왜 생각하느냐면 윤 총장도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많다”며 “한 검사는 윤 총장 최측근이고 오랜 동지이고 조국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참모잖나. 그러니까 이건 저는 상당히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이 (채널A 사건에 대해) 인지 정도를 넘어서 더 깊이 개입돼 있지 않나 의심도 한다”고도 했다.

지검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수사심의위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 심의위 개최 당일 아침에 이런저런 무리수를 던지며 ‘음모론’을 펼치는 것 아니겠느냐”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최강욱·황희석 등이 주장해 온 ‘윤석열 개입설’을 공영방송에서 퍼뜨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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