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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팩트체크] 유동성 과잉 때문에 집값 못 잡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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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장관, 대정부질문 답변

"초저금리로 상승 막는데 한계"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보니

시중통화 증가율 2배 높은 호주

시드니 집값지수는 1.9% 하락

美통화증가율 13% 넘지만

뉴욕 집값은 보합세

전문가들 "韓집값, 유동성보다 심리적 영향 더 커"

장기적 공급대책 필요, 공급확대로 인한 단기상승 용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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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참석, 답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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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고 최저금리 수준이 지속돼 (부동산) 상승 국면을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답한 내용이다. 김 장관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여러 규제 정상화 조치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의 말은 일부는 맞다. 저금리 기조가 이미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고, 올해 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며 돈을 풀었다. 코로나19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푼 돈이 부동산 투자에 몰리며 집값을 올렸다는 설명인데, 국가별로 따져보면 유동성만을 탓할 수는 없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통화량(M2ㆍ평잔)은 3053조9267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5조3716억원 늘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나 내리는 '빅 컷(Big Cut)'을 단행한 것은 3월이다. 2월 M2(2956조7000억원)와 비교해보면 3개월간 시중에 풀린 돈은 3.3% 늘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 올랐다. 마치 유동성이 집값을 끌어올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돈을 푼 다른 나라에선 최근 3개월간 집값이 보합세를 보이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저금리 기조로 지난 1~2년간 폭등한 집값 상승 정도도 오히려 둔화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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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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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규모나 개방성 면에서 한국과 비교되는 호주의 기준금리는 이달 현재 0.25%다. 지난 5월 기준 M2는 2조3090억호주달러(약 1972조원)로 3개월간 6.57% 늘었다. 유동성 증가 속도는 한국보다 두 배나 빨랐다. 그러나 부동산정보분석회사 코어로직이 집계한 시드니 주택가격지수는 24일(현지시간) 현재 170.68로 전 분기 대비 1.90% 빠졌다. 호주의 주요 도시인 시드니ㆍ멜버른ㆍ브리즈번ㆍ애들레이드ㆍ퍼스 등 5개 도시의 평균을 낸 주택가격지수도 2.06% 하락했다. 호주의 경우 최근 중국인 부유층의 '부동산 쇼핑'이 이어지며 지난해 10%가량 집값이 이미 급등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하락세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금리를 인하했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논리는 힘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내리면서 6월까지 3개월간 M2가 13.15% 폭증했다. 하지만 오히려 뉴욕 집값은 빠졌다. 미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에 따르면 뉴욕시 집값은 같은 기간 거의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영국 런던의 집값 상승 속도도 한국보다 더디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최근 1년간 6% 넘게 오른 반면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영국 런던 집값은 1년간 2.4% 올랐다. 양국에서 지난 1년간 비슷한 수준의 유동성(+10%)이 풀린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집값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집값에 저금리가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오히려 ▲수도권 부동산 불패 심리 ▲낮은 정부 정책 신뢰도 ▲해외 투자자 유입 등이 주요 요인이라며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한국주택학회는 지난달 '글로벌 도시의 주택시장과 정책' 세미나에서 "해외 선진국들은 공급 확대 정책으로 선회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지역 공급을 늘리거나 고층 아파트 개발을 시작하면 단기적으로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집값을 잡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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