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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1년' 윤석열의 멍든 손가락…'파윤현조'의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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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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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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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의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엔 멍이 시퍼렇게 들었다. 문을 닫으면서 손을 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정신이 산란한 상태에서 당한 부상이란 후문이다.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이어서 아무리 흔들어도 안 흔들린다"며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던 그였지만 윤 총장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윤 총장과 가까운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사태를 겪으면서 윤 총장이 이전과는 달리 저조한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25일 검찰총장 취임 1주년을 맞는 윤 총장은 철저하게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 중이다. 1주년 기자회견을 열어 1년 간의 소회를 밝히거나 남은 임기 동안의 포부를 밝히는 일은 아예 계획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참석하는 대내외 공식 행사도 뚝 끊겼다. 대검찰청 본관과 별관을 이어주는 구름다리에서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던 얼굴도 두달 전부턴 가림막에 가려져 볼 수 없다.

'두문불출' 윤 총장의 남은 임기엔 여전히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음주 또한차례 '윤석열 측근 솎아내기' 인사가 단행되면 검찰 내 영향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이러니하게 검찰 외부에선 "죽이면 죽일수록 살아나는" 그의 정치적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야권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선주자 반열에 우뚝 선 윤 총장이 '파윤현조(윤석열을 깨뜨려 조국을 드러내려함)'의 압박을 이겨내고 '파윤현윤'을 이룰 수 있을 지 그의 행보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헌정 사상 가장 강력한 검찰총장의 등장

지난해 7월 25일 윤 총장이 검찰총장에 취임했을 당시 검찰 뿐 아니라 정치권에선 역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검찰총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절대적인 신임을 나타냈다는 데에서 드러나듯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때부터 파격적인 대우가 주어졌다. 기수 문화가 바탕이 되는 검찰 조직의 독자성과 독립성이 윤 총장으로 인해 깨진다는 곱지않은 시선도 없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 간 끈끈한 동지애 속에 검찰개혁이 좌초되고 오히려 검찰의 힘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견제의 눈초리도 있었다.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검찰총장의 힘은 인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총장이 직접 인사권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윤 총장 취임 직후 단행된 첫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간부들이 대거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참모로 임명됐다. 주요 보직에 대해서도 윤 총장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 인사로 평가됐다.

역설적으로 이는 검찰 내 '반윤(반윤석열)'의 불씨를 키워 훗날 법무부와 윤 총장 간 갈등이 심화될 때 윤 총장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윤 총장이 지나치게 자기사람 일색으로 인사를 한 것이 조직 내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검찰 조직의 분열의 씨앗이 됐다는 지적이다.

1년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다음주 검찰 고위직 간부 인사가 예고돼있지만 윤 총장의 의견이 반영이 되기는 힘들 건이란 관측이 많다. 이미 올 초 추 장관이 임명된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윤 총장이 인사에 미칠 수 있는 통로를 차단시킨 상태다. 윤 총장은 관례였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사협의를 두고 추 장관과 신경전을 벌였으나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측근들을 모조리 내치는 인사를 단행해 윤 총장을 고립시키는 한편 검찰 조직에서 '윤석열 힘빼기'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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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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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수사'의 질주…총선 후 부메랑으로 돌아와



윤 총장을 검찰총장으로 만든 것은 문재인정권이 국정동력으로 삼은 '적폐청산'의 일등공신이란 점을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박근혜정권 때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국정농단 특검' 등에서 이어온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는 수사의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봤다.

'조국 수사'는 윤 총장 취임 한달만에 이뤄진, 누구도 예상못한 '검찰의 반란'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격노했다. 그럼에도 가족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조 전 장관은 임명 한달여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착수하자 윤 총장이 문재인정권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지적됐다. 피의자들의 공소장에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를 적시하며 향후 문 대통령의 수사 가능성까지 시사하기도 했다.

이 밖에 유재수 전 부산시장, '버닝썬' 사건의 윤모 총경 등 검찰이 정권 깊숙이 수사 칼날을 겨냥하면서 정치권에서 윤 총장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특히 4·15 총선에서 야당 대신 정권을 견제할 대안 세력으로 '윤석열 검찰'이 부각되며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결부되는 경향도 더욱 커졌다.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며 대승을 거두자 윤 총장이 지휘하는 '권력 수사'의 동력도 약화되는 모양새다. 총선 이후에도 '라임 사태'나 옵티머스 자산운용 환매 사태 등 정권 인사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는 사건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수사 칼날은 현저하게 무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도록 한 최근의 사태를 거치면서 수사에 대한 윤 총장의 영향력 역시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의 수사지휘에 대해 언제든지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막을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정권을 거스르는 수사는 사실상 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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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7.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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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임기 지켜야" vs "떠나야 할 때"



사실상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윤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지켜야 하는 지에 대해선 검찰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총장직을 지켜야 한다고 보는 측은 법에서 정한 검찰총장의 임기를 채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독립성을 넘어 윤 총장의 사퇴 여부가 법치주의의 보루를 나타내는 상징성을 지니게 된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공직자로서 결국은 임면권자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의 뜻이 윤 총장의 사퇴에 있다면 윤 총장 역시 물러갈 때를 찾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사퇴 당일 "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며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이때 윤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달 뒤엔 "이제부터 과제는 윤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이었다는 의미다.

윤 총장의 행보가 이미 정치적 무게를 갖게 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다. 윤 총장은 최근 실시된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0% 이상을 기록하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야권에서는 유일하게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괴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윤 총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인사는 "윤 총장 스스로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는 것을 직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검찰 조직과 국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기다리는 게 지금 윤 총장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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