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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김기자의 “이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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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상을 살다 보면, 참 별난 일이 많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겪고도, 속앓이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그래서 독자 여러분이 ‘하소연’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특히 소외된 곳에서 누구에게 말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분들의 말씀에 귀기울이겠습니다. 사연이 있으신 분들은 이메일(007@segye.com)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세계일보

◆“이정도는 괜찮겠지”…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1. 지난 27일 최동석(42) KBS 아나운서와 방송인 박지윤(41)씨 부부 가족이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던 트럭과 정면충돌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8시30분쯤 부산 금정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1.7㎞ 지점에서 역주행하던 2.5t 화물 트럭이 최 아나운서가 몰던 볼보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최 아나운서와 박씨가 목과 손목 등을 다쳤고, 이들 부부의 10대 아들과 딸도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역주행을 한 트럭 운전자 A(49)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상태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유턴을 했다가 최 아나운서의 승용차와 충돌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2. 지난 5월15일 오전 5시30분쯤. 강원도 홍천군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B(42)씨는 사고 후 그대로 운전석에서 잠이 들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B씨는 거부했다. 그는 이미 음주운전으로 다섯 차례나 처벌을 받은 상습범이었다. 지난 19일 춘천지법 형사1단독 정문식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3.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C(36)씨의 차량이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6명이 다쳤는데 피해자 중 한 명은 사지가 마비됐다. B씨는 이미 200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류일건 판사는 일명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건 아니잖아요”

‘괜찮겠지‘, ‘이 정도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에 음주 후 운전대를 잡는 이들 때문에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매년 음주운전 단속 적발건수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음주 후 운전대를 잡는 상습 음주운전자 비율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중독 증상으로 끊기가 어려운 마약류 사범보다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이 더 높을 정도입니다.

28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7년 44.2%, 2018년 44.7%, 지난해 43.7%를 기록했는데요.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46.4%로 크게 치솟았습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마약범죄 재범률은 2017년 36.3%, 2018년 36.6%, 지난해 35.6%로 음주운전 재범률보다 낮습니다.

세계일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17∼2019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음주 교통사고는 하루 평균 약 50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매일 한 명이 사망한다고 합니다. 공단 분석결과에 따르면, 매년 360명이 사망하고 약 3만 명이 부상을 당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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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알코올농도별로 살펴보면, 0.03%~0.09% 구간에서의 음주 교통사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교통사고 사망자수)이 2.8로 가장 높게 분석됐습니다. 공단 담당자는 이와 관련해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시간이 지나면 혈중알코올 농도가 0.03%를 넘으며 운동신경이 저하된다”며 “하지만 운전자는 신체적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평상시처럼 운전하여 더 위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음주운전 전력자들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절대 차량을 몰 수 없도록 ‘제도적 안전벨트’를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범죄자 재범방지를 위해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처럼, 음주운전 상습범들에 대해 음주시동잠금장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 같은 차원에서 나오는 대책입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차량 내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기도 했지만,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 같은 법안들은 임기만료 폐기 수순을 밟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과)는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한) 미국, 호주 등에서는 이미 음주운전 감소 효과가 입증됐다”며 “기술 향상으로 측정의 정확도도 높아졌다. 국회와 정부, 경찰이 장치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음주운전은 상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적 제재 필요성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속이나 법적 규제 등의 유무와 관계없이 ‘내 가족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절대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는 운전자들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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