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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류현진 MLB 활약상

느린 구속·밋밋한 구질…류현진 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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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독보적인 투수였던 클레이턴 커쇼(LA 다저스)의 위상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2018년이다.

커쇼를 상징하는 낙차 큰 커브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커브의 위력을 배가하던 묵직한 패스트볼의 구속이 떨어진 게 원인이었다. 평균 150㎞/h에 달했던 빠른 공의 시속이 5㎞ 정도 감소하자 타자들이 헛스윙하는 일도 크게 줄었다.

비록 두 경기지만 류현진에게도 커쇼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훌륭했던 전 시즌과 비교하면 구종 대부분이 느려지면서 시즌 초반 위기를 맞았다.

류현진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20시즌 MLB 워싱턴 내셔널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와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 9개(홈런 1개)를 맞으며 5실점했다. 류현진은 팀이 2대5로 뒤지던 5회 1사 2루 상황에서 교체됐으며 팀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쳐 자책점은 늘지 않았다.

두 경기 평균자책점(ERA)이 8.00까지 치솟은 것보다 큰 문제는 이닝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구단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금액(4년 8000만달러)을 지불하고 데려온 류현진은 자타공인 1선발 대접을 받고 있는 선수다. 감독 입장에선 높은 연봉을 받는 팀의 에이스 투수에게 가능한 한 많은 이닝을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시즌 첫 경기 탬파베이 레이스전에 이어 이날도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이닝 도중 교체됐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의 교체 타이밍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흔들리는 모습이 계속 노출됐다. 몬토요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에 대해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는 일반적인 시즌이 아니다"며 "다음 등판에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점수를 내준 건 3~5회였지만 이날 모든 이닝이 위기였다. 1회에는 두 타자를 쉽게 잡고도 세 번째 타자와 12구 승부 끝에 안타를 맞아 투구 수가 불어났다. 2회 역시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고도 볼넷과 중전안타를 맞아 실점 위기까지 몰렸다. 3회에는 3안타에 이은 홈런, 4회에는 연속 2루타로 자책점을 5점까지 내줬다.

지난해와 비교해 명확하게 차이 나는 건 공의 빠르기다. 류현진은 지난해 패스트볼과 구속이 비슷하면서도 타자 근처에서 살짝 꺾여 들어가는 컷패스트볼을 활용했는데 올 시즌 두 경기에선 전혀 위력적이지 않았다.

MLB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은 컷패스트볼을 20구 이상 던졌는데 평균 구속이 135.2㎞/h로 지난해에 비해 5㎞/h가량 느려졌다. 변화 각이 슬라이더만큼 크지 않은 컷패스트볼이 빠르기마저 패스트볼과 확연히 구분되면서 구종에 대한 장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류현진이 이날 던진 공 93개 가운데 시속 90마일(144.8㎞)을 넘긴 공은 4개뿐이었다.

빠른 구종(패스트볼·컷패스트볼)의 힘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체인지업·커브와 같은 변화구종들도 타자들에게 타이밍을 읽혔다. 실제로 이날 류현진이 맞은 9안타는 모든 구종에서 골고루 나왔다.

류현진은 경기 직후 현지 매체와 한 영상 인터뷰에서 "경기를 하면서 구속이 떨어졌다는 걸 느꼈다"며 "하지만 몸 상태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곧 구속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바깥쪽 승부를 주로 펼쳤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그는 "데이터를 고려해 준비한 전략이었지만 한쪽으로 많이 치우쳤던 것 같다"며 "구속이 많이 나오지 않아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시도했는데, 상대 타자들이 매우 잘 쳤다. 변화구로 타이밍을 뺏어야 했지만, 그 부분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전까지 워싱턴을 상대로 3경기 ERA 1.35(2승)로 좋은 상대 전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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