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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의 IT세상읽기]유심으로 카톡 들여다 보기가 ‘감청’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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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 압수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공기계로 한동훈 카톡 비밀번호 바꿔

압수수색 영장 목록만 봤다지만..감청 영장 필요하다

무분별한 디지털 증거수집 도마위에..코로나19 기지국 정보 수집 헌법소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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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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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중앙지검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선뜻 이유가 짐작 가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에 넣는 얇고 작은 유심에는 나의 이동통신 가입인증 정보나 교통, 신용카드 기능 등이 들어 있지만, 그것만으로 지금까지 내가 지인과 주고받은 문자, 통화 내역, 메모까지 들여다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른 휴대폰(공기계)에 장착해도 오래된 카카오톡이나 문자 등은 보는 게 제한되죠. 우리가 유심으로 기기변경을 할 때 먼저 기존 내 휴대폰 카카오톡 창에서 대화 백업을 선택하고 백업 비밀번호를 만들어 예전의 대화 내용을 복원해 두는 것도, 자칫 휴대폰을 바꿨다가 예전 카톡 내용이 날아간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수사기관들도 유심 압수수색보다는 휴대폰 압수수색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휴대전화기를 가져와 비밀번호를 풀고 포렌식 작업을 하는 게 낫다고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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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왼쪽)과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 제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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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 압수한 수사팀, 공기계로 한동훈 카톡 비밀번호 바꿔


그런데, 정진웅 형사1부 부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까지 벌이며 유심을 압수해 갔고, 수사팀은 이렇게 확보한 유심을 2시간 30분 이후 법무연수원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하죠. 그 사이에 한동훈 검사장의 카카오톡 비밀번호가 바뀐 것으로 전해집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원래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텔레그램 사용 내역을 확인하려 했으나 접속에 성공하지 못했고, 대신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바꿔 새롭게 카카오톡에 로그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마디로 유심 압수수색을 통해 피의자(한동훈 검사장)의 카카오톡을 들여다봤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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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 제1부장이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이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 영장 목록만 봤다지만..감청 영장 필요하다


수사팀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유심을 이용한 우회 접속 목적이 적시됐고, 유심카드를 압수한 2시간 30분동안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자료만 특정해 봤으니 문제가 없다는 게 서울중앙지검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①유심으로 본인확인을 받아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바꾸고 카톡에 로그인하는 순간 모바일 메신저의 특성상 한 검사장과 지인들이 주고받는 모든 톡들을 볼 수 있다는 점(실시간성)②공기계에 유심을 꽂는 순간 실시간으로 오는 지인들의 이통사 문자메시지(SMS)도 수사팀이 모두 볼 수 있다는 점 ③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고 감청 영장도 없어 위법수집 증거 논란이 있는 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카톡과 SMS는 서버와 단말기 간 통신으로 통신은 한동훈 검사장에게 보내는 것인데 (수사팀이)이를 가로챈 것이어서 감청이 맞다”면서 “이런 수사는 감청과 압수수색이 섞여 있어 (수사팀은)유심 압수수색 영장과 감청 영장을 모두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감청(통신제한조치)은 법원 영장이 기본이고 국가안보 위협이나 사망·상해 범죄 등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만 법원 허가 없이 감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 검사장 사건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죠.

이에 따라 수사팀이 엿본 한 검사장의 카카오톡 증거는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지난 28일, 대법원은 절도 혐의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불법 촬영물을 발견하고 뒤늦게 임의제출 동의를 받은 경찰의 수사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나타낸 수사보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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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3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며 향후 감청 영장 요청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법적인 책임도 이 대표 본인이 모두 감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취지는 예전에는(이용자의 메시지를) 일주일씩 모아 제공했지만 법을 엄격히 해석하면 (감청은) 과거 메시지를 모아 넘기는 게 아니라 실시간 감청 장비를 갖춰 제공하는 게 맞는데, 감청 영장이 미래에 주고받을 메시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버에 저장된 과거 메시지를 제공하는 것은 거부하겠다는 취지다. 실시간 감청 장비에 대해선 “그런 장비를 도입할 능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이 대표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해서도 “앞으로 서버 저장 기간이 2~3일로 줄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디지털 증거수집 도마위..코로나19 기지국 정보수집 헌법소원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한 유심을 이용해 피의자의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들여다 보는 행위(감청)는 현행법(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별도의 감청 허가 영장이 필요하죠.

그렇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가 그 지역에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광범위하게 국민의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정보를 요청하고 수집하고 처리하는 행위는 어떻게 보시나요?

얼마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코로나19 관련 이태원 기지국 접속정보 처리 및 동의 없는 위치추적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정부가 이태원 방문자들의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의 법적근거라고 말하는 ‘감염병예방법’의 조문이 헌법 심판대에 올랐죠.

청구인은 4월 말 친구들과 이태원 인근 식당을 방문했는데, 5월 18일 서울시로부터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확진자가 발생한 클럽이나 인근 클럽을 방문한 적이 없는데 자신의 이태원 방문 정보가 무단으로 보건복지부장관 등에게 제공돼 서울시로부터 검사를 권고받아 고통받았다고 합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혹시 모를 감염 위협에 대비하라는 친절한 정보로 볼 수도 있지만, 청구인은 지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를 두고 괴로웠다고 하죠.

문제 되는 시점에 이태원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염병의심자에 해당한다며 자신의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를 수집한 것은 ①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고 ②과도한 정보수집(기지국 접속정보 수집)으로 기본권 침해라는 게 청구인 입장입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기지국 정보가 수집, 처리된 국민은 1만 905명에 달한다고 하죠.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분명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민변 등은 기지국 접속정보 처리 방식이 아니라, 정부는 이태원 클럽 출입 명단과 익명검사의 확대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우리 헌법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국가 감염병 사태라는 비상 정국에서 국가 공권력 행사의 적법성을 따지는 중요한 사건임에는 분명합니다.

심지어 코로나19 관련 기지국 정보 수집과 활용도 이런 논란이 있는데, 유심 영장만으로 맘대로 카카오톡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중앙지검 수사팀의 생각은 너무 안이한 게 아닌가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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