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단독]아베, '현금화' 충돌 앞두고 한국통 줄줄이 교체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외무성 북동아시아1과장

한국경험 없는 테러 전문가로 교체

대표적 한국통은 10개월만에 경질하기도

"한국 배려 전혀 없어...강경대응 예고"

아베 내각이 일 외무성에서 한일관계를 전공한 ‘코리아 스쿨’ 외교관을 잇달아 교체하고 있다. 한국의 압류된 일본기업 자산이 현금화할 경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외무성의 대표적인 한국통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심의관(차관보급)과 주한 총괄공사 출신의 스즈키 히데오(鈴木秀生) 국제협력국장을 10개월 만에 경질했다. 이어서 3일 한일관계를 담당해 온 나가오 시게토시(長尾成敏) 북동아시아 1과장도 교체했다. 그의 후임에는 오노 겐(小野健) 테러대책실장 겸 일본기업해외안전대책특별 전문관이 임명됐다.

조선일보

3일 교체된 나가오 북동아시아1과장(앞에서 두번째)이 다카자키 아시아대양주국장의 뒤를 이어서 외교부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가오 과장은 오랫동안 한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주한일본대사관에도 근무했었다. 외무성내에서는 한국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대응을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임 오노 과장은 러시아, 제네바에 근무했으며 한국 관련 업무는 담당한 적이 없다. 그의 직속상관인 다카자키 시게키(滝崎成樹)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도 지난해 현직에 임명되기 전에는 한국 관련 업무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따라 일제시대 징용 배상, 위안부 합의 사실상 파기 등으로 한일관계가 최악인 상황이 일 외무성의 한국 담당 국장, 과장이 모두 ‘한국 업무 무경험자’로 채워지게 됐다. 나가오 과장은 2010년대 중반에 신설돼 공공외교를 담당하는 홍보문화외교전략과장(일본직함은 広報文化外交戦略課長)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에서도 코리아 스쿨 배제에 대해서 우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아베 내각의 코리아 스쿨 배제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과 다시 충돌할 경우 강경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아베 내각이 한국을 배려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인사”라며 “앞으로 일한 관계가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외무심의관에서 물러난 가나스기 전 외무심의관은 다음 인사에서 해외의 대사로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대양주국장을 역임한 가나스기는 2011년 3.11 후쿠시마 대지진이 발생하자 한국의 구조대를 가장 먼저 받아들일 것을 관철시켜 주목받았다. 2010년대 중반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역임했다.
도쿄의 고위급 외교 소식통은 그의 퇴임에 대해 “가나스기 외무심의관이 1년도 채 안 돼 물러나 외무성 안팎에 큰 충격을 줬다”며 “이로써 아베 총리 주변에서 한국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인사는 한 명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계의 한 간부도 “가나스기의 전격적인 퇴장에 놀랐다”며 “차관 후보로까지 꼽히던 인물이 단기간에 물러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고 말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도쿄=이하원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