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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여직원에 "일주일 성관계 몇 번?"…여전한 직장내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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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에게 지속적인 외모 지적…'아가'라고 부르기도

반복 성희롱, '성추행' 이어지는 경우 多…"성추행 감옥"

직장갑질119, "즉시 경찰에 신고…피해 사실 기록해야"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1.상사가 지시 불이행으로 시말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해 거부했더니 "이게 씨X"이라며 폭언을 했습니다. 시말서 안 쓰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기발령 시키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성희롱 발언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관계를 몇 번 하느냐'고 물어 성적 수치심도 들었습니다. 같이 들은 동료도 있지만, 증언해줄까 걱정입니다. 직장내 성희롱이나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있을까요? (직장인 A씨)

#2.입사할 때부터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왔습니다. 많이 힘드냐고 물으며 저의 어깨를 주무르더니 얼굴을 만졌습니다. 상당한 불쾌감이 들었고, 단호하게 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성희롱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딸 같아서 그런다며 혼전임신 얘기를 했고, 악수를 청하면서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꾹 누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수치스럽고 모멸감이 느껴졌지만, 핵심 임원에게 밉보이면 그만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참고 지내왔습니다. 증거가 별로 없는데 신고할 수 있을까요? (직장인 B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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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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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비서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수년간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힌 가운데, 일반 기업에서도 여전히 상사에 의한 성희롱·성추행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신고하면 '해고' 등 보복을 가한 사례도 있었다.

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내 성희롱·성추행은 멈추질 않고 있다. 남자 상사가 여직원에게 "일주일에 성관계를 몇 번 하느냐"고 묻는가 하면, 여직원을 "아가"라고 부르거나 "치마가 잘 어울린다", "여성은 라인이 드러나는 옷을 입지 않으면 뱃살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회식자리에서 상사가 팔을 붙잡고 귓속말로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허벅지가 두껍다", "화장이 왜 그러냐"는 등 수시로 외모 지적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대표가 직원과 대화할 때,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반복적으로 윙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속적인 성희롱은 점차 성추행으로 이어진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상사가 여직원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손가락을 꾹 누르는가 하면, 머리를 쓰다듬고 팔과 가슴 옆쪽을 건드린다. 회식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히고 허벅지를 쓰다듬고, 집에 태워준다며 차에 동승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성적 수치심을 느끼더라도, 이를 바로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 대표나 인사권을 가진 임원들에게 밉보여 불이익을 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또한 증언을 해 줄 동료들이 묵인·방조하거나 따돌림 등 괴롭힐 가능성도 신고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또한 4년간 피해 사실을 서울시 내부 직원들에게 털어놨지만, 모두 '침묵'하는 등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회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더니, 해고 등 '보복'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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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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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C씨는 "입사 이후 시시때때로 상사에게 언어희롱을 들어왔다"면서 "어렵게 용기를 내 고발했지만, 진정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고 도리어 보복이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인사를 받지 않고, 대화도 함께하지 않는 등 집단따돌림을 당했다"면서 "회사에서는 사직 종용이 아니라고 했지만,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해고를 당했다. 정말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직장인 D씨는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해왔다. 말을 잘 들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했다"면서 "참다 참다 회사 내부에 신고했는데, 가해자는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났지만 이후 가해자와 친한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상사가) 인사를 받지 않고, 업무공유를 해주지 않고 있다. 업무 태도를 문제 삼고, 업무 능력과 책임감이 없다고 뒷소문을 내고 있다"며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게 나을까요? 성희롱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신고하는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문의했다.

직장갑질119는 "남녀를 막론하고 성희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실수하는 경우는 있다. 한 번의 실수는 지나칠 수도 있고, 용서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반복되는 성희롱은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보를 살펴보면 신체 접촉 행위를 딱 한 번만 하는 직장상사는 없었다. 윙크 등 비접촉 성희롱에서 시작해 살짝 건드렸다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으면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면서 "수년간 성추행에 시달렸다며 '처음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제보가 적지 않다. 첫 번째 성추행을 참는 순간, '성추행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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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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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갑질 중 갑질인 폭행과 성추행을 딱 한 번만 하는 상사는 없다"며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은 습관이다. 성추행과 폭행은 회사에 신고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내 성희롱·성추행 타파 5계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즉시 경찰에 신고하기 △피해 사실을 기록하고 증거 남기기 △주변에 도움 요청하기 △목표를 명확히 정하기 △성희롱 예방에 최선을 다하기 등이다.

직장갑질119 윤지영 변호사는 "법원이나 정부기관은 성희롱의 밀행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경우 증언만으로도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성희롱 상황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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