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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물폭탄’ 내린 경기지역…공장·펜션 등 매몰사고로 사상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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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제조공장 토사 덮쳐 3명 사망 1명 중상

가평 펜션, 아이 포함 4명 매몰 뒤 3명 사망


한겨레

3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 위로 토사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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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바가지로 퍼붓는 것처럼 쏟아지는 집중호우가 연일 계속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주택과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평택 한 반도체공장에선 토사가 가건물을 덮쳐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났고, 가평에선 펜션이 토사에 묻히면서 4명이 매몰된 뒤 3명이 주검으로 발견됐다.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한강 상류지역 댐들의 수문 개방으로 서울 올림픽대로와 동부간선도로의 일부 구간 통행이 통제돼 교통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2·3면

주말부터 이어진 경기지역 집중호우로 인해 토사에 매몰되고 급류에 휘말리는 인명사고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10시49분께 평택시 청북읍의 한 반도체 장비 부품 제조공장에 토사가 들이닥쳐 작업자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건물 뒤쪽에서 흘러내린 많은 토사가 작업자 4명이 대기하고 있던 가설 건축물을 덮쳐 매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개의 컨테이너 형태 구조물을 이어붙였으나 사고 당시 갑자기 무너져 내린 흙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벽면은 부러져 나간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작업장이 좀 더 강한 자재로 지어졌다면 토사 무게를 견뎠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소방당국은 “사고가 난 가설물은 공장 비탈면과 공장 사이에 컨테이너 형태 구조물 3개가량을 연결해놓은 것으로 지붕은 천막 형태였다”며 “집중호우로 무너진 비탈면은 지붕이 아닌 옆면을 치고 들어오면서 작업자들이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37분께 가평군 가평읍에선 흙더미가 펜션을 덮쳐 건물 일부가 파묻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펜션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대피했지만 펜션 주인과 그의 딸, 2살 손자 등 3명이 매몰된 뒤 주검으로 발견됐다. 구조대원들은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은 1명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충남 아산에선 불어난 물에 휩쓸려 3명이 실종됐고, 포천에선 수문 확인을 위해 보트를 타고 나간 낚시터 관리인(55)이 실종됐다.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 계곡에서는 1명이 급류에 떠내려갔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수색 중이다. 이날 오전 용인에선 캠핑장 이용객 123명이 하천 범람으로 고립됐다가 2시간 만에 구조되는 등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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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10시49분께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반도체 장비 부품 제조공장에 토사가 들이닥쳐 작업자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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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지난 1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3일 오후 7시30분까지 사망 12명(서울 1, 경기 7, 충북 4), 실종 13명(경기 2, 충북 8, 충남 3), 부상 7명(경기 3, 강원 2, 충북 2)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기도는 전날 오전 9시 재난대책본부 근무체계를 2011년 이후 9년 만에 비상 2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하고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한강 상류 댐들이 수문을 개방해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10시10분을 기해 경기도 남양주시 진관교 일대 왕숙천에 내려진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상향했다. 진관교 수위는 빠르게 상승해 오전 10시30분 현재 3.04m를 기록해 홍수경보 기준(3m)을 넘겼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왕숙천 수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남양주와 구리지역 저지대에선 침수 피해가 우려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진강 홍수를 조절하는 군남댐 유입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오전 8시 현재 임진강 군남댐은 초당 3521t이 유입돼 7개 수문을 모두 열어 초당 3707t을 방류하고 있다. 군남댐 수위도 33.58m까지 올랐다. 군남댐 수위가 30m를 넘은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며, 계획 홍수위 40m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임진강 상류에 비구름이 머물며 강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군남댐 방류량이 늘어 파주 등 하류 지역 침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원도 춘천 의암댐도 전날 저녁 7시부터 수문 14개 중 6개를 열어 초당 4330t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한강으로 유입되는 물이 큰 폭으로 불어나면서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1시18분께 팔당댐 방류로 인한 한강 수위 상승으로 올림픽대로(염창나들목~동작대교) 일부 구간의 교통이 통제됐다고 밝혔다. 2일 저녁부터 발효된 올림픽대로(양방향) 여의상류 나들목(IC) 및 여의하류 나들목의 차량출입통제는 이날 새벽 해제됐다가 아침 7시20분부터 다시 통제된 상태다. 잠수교도 2일 오후부터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집중호우로 침수됐던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한강공원과 연결된 반포·잠원·신잠원 나들목은 전날부터 출입이 금지됐다. 강원 철원군 근남면 육단리 인근 56번 국도에 15t가량의 토사가 흘러 차량 통행이 통제됐고, 철원군 동송읍 메뚜기교와 백마교는 범람 위험으로 통행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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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한강 수위 상승으로 전날 오후부터 전면 통제 중인 서울 잠수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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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 주민 대피령도 이어졌다. 서울 불광천과 홍제천은 범람 우려로 인근 주민에게 대피 경보가 내려졌다. 남양주시 왕숙천 범람이 우려되자 퇴계원면 저지대 96가구 주민 120여명도 긴급대피했다. 경기 연천군은 연천읍 차탄리 일부 지역의 배수 문제로 차탄천이 범람할 우려가 있다며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이 마을 주민 15명은 인근 마을회관과 연천초등학교로 대피했다. 강원 화천군 상서면 산양리 8가구 16명의 주민 역시 침수 우려로 전날 밤부터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철원 와수천과 사곡천 범람 위험으로 인근 마을 주민 23명도 안전지대로 몸을 피하는 등 40여명이 대피했다.

수도권 폭우로 전철 경강선(판교~여주역)의 신둔도예촌~여주역을 오가는 전동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이 밖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린 인천 등에선 가로수가 쓰러지고, 주택이 침수되는 피해가 계속됐다.

이정하 홍용덕 박경만 송경화 옥기원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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