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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성추행 의혹 외교관 귀국조치…韓, 뉴질랜드에 "법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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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던 총리 문제제기 엿새만 즉각 "귀임 발령"

"외교관 감싸기 한 적 없다…인권위, 적극 안내"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외교부가 3일 뉴질랜드 부임 당시 현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외교관 A씨를 즉각 귀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개인의 행실이 국가 간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하는 등 여러 물의를 빚은 데에 따른 인사 조치다.

다만 A씨에 대한 처벌은 어디까지나 법적 조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채 뉴질랜드 정부 주요 당직자가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언론을 통해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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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필립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외교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항의 및 면담을 위해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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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씨에 대한 즉각 발령을 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오후 3시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국장과 뉴질랜드 대사와의 면담을 통해 해당 조치를 설명하고 향후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실관계에 따라 응분의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피해자의 진술도 변화하는 것을 알고 있고 당사자 두 사람 주장도 상반돼 있는 만큼 정식적인 사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사법적인 절차가 이뤄질 경우 외교부는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측의 주장과 달리 A씨에 대한 면책 특권을 존재하지도 주장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외교관은 직무상의 효율적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파견국에서 특권·면제를 누린다. 다만, 이는 파견국에서의 임기가 끝나면 사라지는 것으로 A씨 역시 뉴질랜드 부임이 끝난 2018년에 특권·면제는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A씨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동아시아 지역 총영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韓정부 피해자에 인권위 안내 등 적극 협조”

외교부는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소극적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론했다. 피해자가 2019년 뉴질랜드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넣기 앞서 2018년 11월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넣었는데 이는 한국 정부의 안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 한국 정부가 뉴질랜드 경찰의 조사를 거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A씨 개인에 대한 특권·면제와 주뉴질랜드 대사관과 그 직원들의 특권·면제에 대해서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9년 9월 뉴질랜드 경찰 측에서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에 대해서 조사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대사관 측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협조아래 서면 참고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뉴질랜드 경찰은 이를 거부했다.

이 관계자는 “자국 공관에 대한 특권·면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외교현장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 뉴질랜드도 그러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원하면 자발적인 협력을 제공하겠지만, 이는 공식적인 사법 협력 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가 A씨의 성추행 의혹을 감사·징계하는 과정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경화 장관 취임 이래 성 비위 사건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왔다”고 반론했다.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는 A씨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의결했다. △ 가해자가 30년간 성비위 문제가 없었다는 점 △ 사실관계가 중하지 않다는 점이 사유가 됐다.

이와 관련 징계가 너무 가볍지 않았냐는 지적에 외교부 자체 감사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와 민간 전문가 역시 징계수위에 동의했다는 답이 돌아와다.

올해 초 피해자와 A씨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중재 절차가 진행됐지만, 피해 보상 부분에서 의견이 좁아지지 않으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국가정상간 통화에서 문제제기 이례적” 항의

외교부는 뉴질랜드 측이 이같은 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가 정상 간 통화나 현지 언론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비췄다.

이날 외교부는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를 외교부를 불러 관련 사항을 의논했다. 면담이라는 형식을 취했으나 이번 이슈가 국가적 위상에 관련된 사안으로까지 발전된 데에 따른 항의의 뜻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뉴질랜드 측이 공식적인 사법 절차에 관한 요청 없이 언론을 통해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와 관련해 양국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사전 설명없이) 이에 대해서 제기한 것도 외교관례상 이례적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말미에 해당 외교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전에 언질은 없었다. 당초 뉴질랜드와의 코로나19 협력을 강조하고 현대중공업의 뉴질랜드 군수지원함 인도에 대한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려던 행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에도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1일(현지시간) 자국 매체 뉴스 허브 방송에서 “A씨는 떳떳하다면 뉴질랜드로 와서 조사를 받으라”며 “외교 면책권을 거둬들이고 그(외교관)를 뉴질랜드에 돌아오도록 하는 것은 한국 정부에 달려있다”고 강조하는 등 강경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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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A씨가 귀국하면서 일단 공은 다시 뉴질랜드 측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외교부는 A씨가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를 받은 만큼 향후 조치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법률 자문에서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만약 뉴질랜드 측이 정식 사법 절차를 밟아 범죄인 인도 등의 요청을 할 경우, 이에 대한 검토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자국법에 따라서도 유죄 혐의가 인정되는 등 여러 조건이 맞춰져야 하기 때문에 A씨가 반드시 송환대상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인권위는 이와 별개로 현재 피해자의 진정에 따른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 역시 향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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