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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민 사망에 충격... 구단 "문제 없었는지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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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현대건설 관계자 "문제점 발견시 상응 조치"... '악플' 대책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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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고유민 선수(전 현대건설) ⓒ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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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까지 프로배구 V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배구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고유민(25·176cm) 선수가 지난달 31일 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인 침입이나 타살 정황이 없다는 점에서 고유민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찰은 악플(악성 댓글)과 구단 내 갈등을 비롯한 극단적인 선택의 배경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광주경찰서는 고유민 자택에 있던 노트북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등 내용이 담긴 유서 형태의 메모와 일기장 등을 발견했다. 또한 2일에는 고유민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영장을 발부 받아 디지털 포렌식(과학적 데이터 복구·수집·분석 기법)을 진행하고 있다.

고유민은 지난 2013년 9월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됐다. 그리고 올해 2월까지 7시즌 동안 현대건설 팀에서만 활약했다. 고유민은 주전 레프트가 흔들릴 때 교체 멤버로 들어가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초에 갑작스럽게 팀을 떠났다. 팀을 떠난 사유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으면서 고유민은 팬과 악플러들의 거센 비난 공세를 받아 왔다.

포지션 변경 후 부진, 임의탈퇴... 연속 '악플 폭탄' 떠안아

특히 고유민이 비난의 표적이 된 건, 올해 2월 현대건설 주전 리베로인 김연견(27)의 부상 이후 '대체 리베로'로 뛰면서다. 김연견은 지난 2월 4일 경기에서 왼쪽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바로 수술을 하면서 시즌 아웃됐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김연견을 대체할 주전 리베로로 고유민을 선택했다. 레프트에서 리베로로 포지션을 변경한 것이다. 팀에 전문 리베로인 이영주(21)가 있었지만 경기를 뛴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고유민을 먼저 주전 리베로로 투입했다.

때문에 당시 일각에선 감독의 선수 운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지적도 나왔다. 평소에 백업 선수들에게도 실전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간간이 기회를 주었어야 하는데, 주전 선수 위주로만 경기를 운영했다는 지적이었다. 불의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갑자기 투입하면 백업 선수가 부담을 느껴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더군다나 원래 자리가 아닌, 포지션 변경은 선수에게 더욱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고유민은 리베로로 포지션을 변경한 이후 첫 경기(2월 11일)에서는 준수한 활약으로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다음 경기에서 수비 불안을 노출하자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3번째 경기(2월 18일)에서 주전 리베로 자리마저 이영주 선수에게 넘겨주고, 다시 백업 레프트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에도 교체 멤버로 투입됐지만 경기를 패할 때마다 고유민은 관련 기사와 자신의 SNS에서 비난 글에 시달렸다. 성희롱에 가까운 조롱 글도 적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1일 고유민을 임의탈퇴로 공시했다. 임의탈퇴는 구단의 허락 없이는 다른 프로 팀에 갈 수 없도록 묶어놓는 제도다. 프로에 복귀하더라도 원 소속 팀으로만 복귀가 가능하다. 보통 임의탈퇴 공시가 되면, 실업팀으로 가거나 배구를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임의탈퇴 공시 기사가 나온 뒤 고유민은 또다시 팬과 악플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무책임한 돌출 행위로 구단에 피해를 안겼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러다 보니 1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도 극단적 선택의 주된 원인이 악플 때문이라는 추정이 다수였다. 고유민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거나 해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비난에 시달린 셈이다.

코칭스태프 무시·악플 테러 '고통 호소'... "투명인간 취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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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고유민 일기장' ⓒ MBC 뉴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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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지난 1일 고유민의 생전 일기장과 어머니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기장에는 악플 테러뿐만 아니라 소속팀 코칭스태프의 '무시와 싸늘한 대우'에 대한 서운함이 상세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MBC는 1일 저녁 메인 뉴스에 고유민의 일기장 내용, 고유민 어머니와 고유민 절친인 전직 여자 프로배구 선수의 인터뷰 발언을 보도했다.

고유민은 일기장에서 "제가 팀에서 열심히 버텨보았지만, 있으면 있을수록 너무 제가 한심한 선수 같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전 제몫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연습도 제대로 안 해 본 자리에서 그리고 주전 연습할 때도 거의 코칭스태프들이 거의 다 했지, 전 거의 밖에 서 있을 때마다 제가 너무 한심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또 "갑자기 들어가야 할 땐 너무 불안하고 자신도 없었다. 같이 해봐야 서로 상황도 맞고 불안하지 않을 텐데, 저도 불안한데 같이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불안했을까요"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미스하고 나오면 째려보는 스태프도 있었고 무시하는 스태프도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전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수면제 없인 잠을 못잘 상황까지 왔고, 제 자신이 너무 싫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자며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고 회고했다.

일기장에는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대목도 있었다. 고유민은 "악플까지 인스타 댓글 테러와 다이렉트 모두 한번에 와서 멘탈이 정상이 아니어서 저도 모르게 나와버렸다"며 "제가 더 어떤 좋은 삶을 살지 아닐지는 그리고 후회를 할지 안 할지는 제가 감당할 몫이고, 그냥 악플은 좀 삼가해주시고 많이 힘들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항상 팬들껜 티 안 냈지만, 저의 팬들 너무 죄송하고, 너무 과분한 사랑 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MBC 보도에는 고유민과 친한 전직 프로배구 선수의 전언도 담겼다. 그는 "(고유민이) 팀에서 무시당하고, 자기 시합 못하고 오면 너무 대놓고 숙소에서나 연습실에서나 그런 거 당한 게 너무 창피하고 싫다고 (말했었어요)"라고 밝혔다. 고유민의 어머니도 "사람을 완전 투명인간처럼 취급한대요"라고 덧붙였다.

이후 해당 MBC 기사와 다른 기사들의 댓글 창, 커뮤니티 등에서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의견이 크게 늘었다.

"일련 과정 다시 살펴보고 상응 조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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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고유민 선수 ⓒ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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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구단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기자는 고유민의 일기장 내용, 어머니와 절친의 폭로에 대한 현대건설 구단의 입장을 물었다.

현대건설 구단 관계자는 2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고유민 선수가 리베로로 전환해서 경기를 뛸 당시에는 1위 순위 싸움이 엄청 치열할 때였다"며 "당시 코트 안에서는 코칭스태프도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한 게임 한 게임에 민감하고 승리에 대한 압박감도 컸던 것 같다. 고유민 선수도 도가 지나친 악플 때문에 더 위축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6월 중순경 구단 사무국에서 고유민 선수를 만났다. 생활 형편도 물어보고, 배구를 다시 할 의사가 있다면 복귀를 적극 돕겠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당시 고유민 선수는 '다시는 배구를 하고 싶지 않다'고 완강하게 말했다. 악플과 코칭스태프에 대한 서운함 등으로 다시 그런 환경으로 돌아가서 주목받는 게 싫었던 것 같다. 다른 직업에 대한 계획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례 절차가 모두 끝나면, 구단 자체적으로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할 것 같다"며 "고유민 선수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돌아보고, 그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배구단 단장과 사무국장 등을 전면 교체했다. 고유민 관련 사건은 현 프런트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프로구단 전체 차원에서 악플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프로구단 관계자는 현재 구단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임의탈퇴 제도도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또는 선수 간 갈등이 심해서 더 이상 해당 팀에서 생활하기 힘든 선수에겐 다른 선택지마저 앗아가며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고유민 선수가 극한 상황으로 가기 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할 데가 마땅치 않았고, 들어줄 곳도 부족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임의탈퇴 공시 전에 제3의 기관이 선수가 처한 상황과 입장을 들어주고 중재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임의탈퇴 공시 조건도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영국 기자(englant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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