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북한에 쩔쩔맨다니?" 대북전단법 금지에 소신으로 맞선 이인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한 뒤 4시간 만에 통일부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법률안 준비를 발표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하는 거다.”(김석기 미래통합당 의원)

“의원님 해석이다. 제가 장관 된 이후 통일부는 북한 정권의 대행업체인 적이 없다. 어떻게 우리 정부가 북한에 쩔쩔매고 있다고 단정하나.”(이인영 통일부 장관)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고리로 공세를 펴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처음 열린 외통위 회의에서 실세 여당 의원 출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야당 측 공격에 이 장관과 여당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 안전’이라는 정부 정책 취지를 설명하며 맞섰다.

질의에 나선 야당 의원들은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약 5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북한의 사과를 받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연락사무소 폭파 후) 정부가 실효성 있는 조치를 하나도 취하지 않았는데, 여당이 대북전단 금지법을 무더기로 상정하는 건 굴종적 남북관계가 아닌가”라는 취지로 물었다. 그러자 이 장관은 남북교류협력에 방점을 둔 통일부 장관으로서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당당한 통일부의 모습도 축적돼 보여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했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ㆍ재산 안전권 보장이 우선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 장관 역시 본인이 의원 시절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공동발의한 이유로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ㆍ재산 안전 보장 △남북관계 발전 도움 여부 △현행법으로 가능한 제재를 보다 완성된 법의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탈북민 출신 태영호 통합당 의원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이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사상 검증'을 제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태 의원이 “김정은의 세습 독재 체제를 도와주는 일”이라는 취지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안을 비판하자 민주당 소속인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제가 발의한 법안도 있는데 우리 당 전체가 김정은을 도와주기 위해 발의했냐고 말하면 논의가 되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김기현 통합당 의원이 “위원장이 중립적 입장에서 사회를 봐야지, 누군가를 훈계하거나 지적하면 안 된다”라고 재반박에 나서면서 한때 긴장감이 흘렀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 내용을 담은 5개 법안은 여야의 치열한 공방 끝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안건조정위원회로 넘어갔다. 여야 간사는 상대적으로 이견이 적은 안건은 법안심사소위에서 신속히 통과시키고, 대북전단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은 안건조정위에서 보완하기로 합의했다. 안건조정위에서는 최대 90일간 논의를 하게 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