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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독재'까지 꺼내자.."결단 선 듯" vs "장모 수사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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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한 달 만에 침묵을 깬 윤석열 검찰총장의 ‘뼈 있는 말’에 여야의 반응이 극명히 갈렸다.

3일 오후 윤 총장의 신임 검사 신고식 발언이 알려진 직후,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가 가장 빠른 반응을 보였다.

진 전 교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윤 총장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라고 한 부분에 대해 “와, 세다. 결단이 선 듯”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윤 총장이 말한 “이 한 마디 안에 민주당 집권 하의 사회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며 “저들은 검찰의 자율성과 독립성 대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말한다. 이 표현 안에 저들의 문제가 그대로 담겨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들은 ‘권력’이 아니라 ‘민주’로 정의했으니, 자기들의 권력으로 검찰을 통제해 자기에게는 애완견, 정적에게는 공격견으로 만드는 것이 졸지에 민주주의가 되고, 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 자율성은 없애야 할 적폐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검찰개혁의 요체는 ‘누가 정권을 잡아도 권력과의 유착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있지만 저들의 개혁은 다르다. 자기들은 권력이 아니라 ‘민주’이니, 개혁의 요체는 자기들 말 잘 듣게 검찰을 길들이는 데에 있게 된다”며 “그 결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권력비리 수사는 중단되다시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은 오직 국민만 믿고, 권력비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에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칼잡이 윤석열의 귀환을 환영한다”며 반겼다.

통합당은 이날 김은혜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민주주의의 당연한 원칙과 상식이 반갑게 들린, 시대의 어둠을 우리도 함께 걷어 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권의 충견이 아닌 국민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한다”며 “그러나 윤 총장의 의지가 진심이 되려면 조국, 송철호, 윤미향, 라임, 옵티머스 등 살아 있는 권력에 숨죽였던 수사를 다시 깨우고 되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말을 아꼈다.

다만 황운하 의원은 한 매체를 통해 “윤 총장 발언의 문장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부정부패 척결은 총장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검찰이 과잉수사를 하거나 검찰권을 남용한다면 문제”라고 했다. 이어 “(수사 대상이) 청와대라고 해서 과잉수사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검사의 절제와 균형을 언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범여권인 열린민주당 지도부에선 날 선 반응이 나왔다.

법무부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단장을 지낸 황희석 최고위원은 SNS에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글을 올렸다.

황 최고위원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것을 무기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수사 안 할 것은 조작과 공작을 해서라도 수사하고, 마땅히 수사할 것은 갖은 핑계를 대며 캐비닛에 처박아두는 재량을 마음껏 누리면서도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없는 ‘검찰의 독립’을 내세워 철옹성을 쌓고 제 맘대로 하는 것이 독재고, 그런 무소불위,무통제의 검찰 조직이 전체주의 그 자체”라고 했다.

그는 또 “이 세상 어디에 이런 검찰이 우리 말고 어디 있는지 예를 들어보면 좋겠다. 아마 카자흐스탄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은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는 “드디어 윤 총장이 장모, 한동훈 수사에 적극 나설 모양이다. 내가 이래서 윤 총장 팬이라니까”라고 비꼬기도 했다.

앞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 최고위원 등은 지난 4월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와 장모를 주가 조작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한동훈 검사장은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직접 쓴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특히 형사법에 담긴 정신을 강조하며 ‘자유민주주의’를 3번 언급, ”진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또 ‘독재’나 ‘전체주의’ 같은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해, 우회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그는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모든 국민이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며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배 검사들의 지도는 ‘명령과 복종’이 아닌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라며 선배의 의견을 경청하되 자신의 의견도 당당하게 개진할 것도 주문했다.

이는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두고 빚어진 마찰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동재 채널A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가 인정된다고 의견을 냈지만, 윤 총장 등 대검은 수사팀이 범죄가 성립되는지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맞섰다. 이러한 마찰이 결국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이어지며 논란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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