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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박원순·오거돈 성범죄" 3번 물어도, 답변 피한 여가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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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권력형 범죄 맞나" 질문에… 장관 "수사중인 사건" 되풀이

조선일보

이정옥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는 미래통합당 김미애 의원 질문에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고 했다. 여성 인권과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 장관이 여권 정치인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을 두고 즉답을 피한 것이다. 야당에선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여당가족부'"라는 말이 나왔고, 정의당도 "여당 눈치만 본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사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통합당 김미애 의원이 재차 "성범죄가 맞느냐, 아니냐. 그에 대한 견해가 없느냐"고 물었을 때도 "수사 중인 건으로 알고 있다"고만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오거돈 전 시장은 본인이 (성추행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도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라고 하느냐"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한 사람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 사퇴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런 오 전 시장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제가 죄명을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 의원은 "본인이 (인정)했는데 확정 판결이 나야 하느냐. 그러니까 여가부 폐지 주장이 나온다"고 했다. 통합당 간사 김정재 의원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려고 했는데, 사과가 아닌 사퇴해야 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여가부가 아니라 성범죄 은폐부, 방조부다"라고 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여가부 장관의 발언은 무책임하다"며 "여당 눈치 보기에 급급할 뿐"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정권 눈치 보기, 뒷북 대응 등으로 오죽하면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여당가족부란 말까지 나왔겠느냐"며 "여가부는 올해로 20년,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니 정권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장관을 질책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성범죄 재발 방지책을 제대로 내서 성범죄 예방 효과를 냈어야 한다"는 민주당 간사 권인숙 의원 지적에 "효과를 거두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권 의원은 "여가부는 연구기관이 아니다"라며 "2018년 각 계층에서 나온 성범죄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매년 늘어난다. 안희정·오거돈처럼 정치 지형을 뒤흔든 대형 사건은 신속히 조직 점검 결과를 내 재발 방지책을 냈어야 한다. 그랬다면 다른 지자체장을 포함한 공직 사회 성범죄 예방 효과를 거두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이에 이 장관은 "(효과를) 거두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발끈하며 "거두었다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며 "그다음에 오거돈 사건도 있었고, 박원순 사건도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 "서울시 성폭력 조사관의 상위 조직이 시장이 임명하는 정무부시장이다. 기관장 성폭력 사건은 신고·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뉴질랜드 한국 외교관 성추행 사건과 관련, "외교관 성폭력 예방 교육이 형식적이다"라고 이 장관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장관은 "여성 혐오 범죄 통계를 관리하느냐"는 민주당 유정주 의원의 질의엔 "저희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는 엉뚱한 답변도 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엔 여성 대상 폭력 통계는 여가부 장관이 관리하게 돼 있다.

이 장관은 여가부가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 지난달 14일 처음 내놓은 입장문에서 피해자를 '고소인'으로 불러 논란이 됐다는 통합당 전주혜 의원 지적에는 "'피해자' 표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가부는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때는 즉시 현장 점검 계획을 발표했지만, 박 전 시장 사건은 드러난 지 닷새 뒤에 입장을 내면서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이 "정권 눈치를 본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장관은 "피해자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서 발표 시점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전직 시장 사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통합당 김정재 의원은 "그나마 정부·여당은 형식적으로라도 사과했지만 문 대통령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회 여가위 차원의 '박원순 사건 청문회'도 요구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없는 내용"이라며 따지기도 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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