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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31세 캐나다 천재감독 돌란 "이야기는 나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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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그자비에 돌란 감독이 촬영장에서 연기 지도를 하고 있다. 돌란 감독은 영국 가수 아델의 노래 '헬로'의 뮤직비디오 연출로도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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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남달랐다. 스무살에 첫 장편영화 ‘아이 킬드 마이 마미’(2009)를 연출했다. 아역배우 시절 모은 출연료가 종자돈이었다. 데뷔작은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호평 받았다. ‘하트비트’(2010)와 ‘로렌스 애니웨이’(2012) 등 후속작들이 칸영화제에 연이어 진출하더니 ‘마미’(2014)로 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단지 세상의 끝’(2016)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각본가, 배우까지 겸업하며 만든 장편영화만 9편. 그의 나이는 이제 겨우 서른 하나다. 그래서 캐나다 영화감독 그자비에 돌란에겐 '천재'란 별명이 따라 다닌다. 최신작 ‘마티아스와 막심’(2019) 개봉을 맞아 국내에서도 단단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돌란 감독과 서면 인터뷰를 나눴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어린 시절부터 교유해온 두 친구 마티아스(가브리엘 달메이다 프레이타스)와 막심(그자비에 돌란) 이야기다. 둘은 친구 동생의 단편영화에 억지로 출연했다가 입맞춤하는 장면을 찍게 되고 이후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방황을 한다. 돌란 감독의 전작처럼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빼어나다. 다양한 음악을 적절히 배치해 정서적 울림을 빚어내는 돌란 감독의 장기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돌란 감독은 “젊은 남자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조화, 형제애 등을 (영화 속에서) 연결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지 않았냐는 추정에 대해선 “주인공들이 내 친구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내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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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티아스와 막심'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두 사람이 겪는 감정의 부침을 통해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한다.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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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란 감독의 이전 작품들처럼 ‘마티아스와 막심’은 캐나다 퀘벡주를 배경으로 프랑스어로 만들어졌다. 돌란 감독은 “(나에게) 퀘벡은 집”이라며 미국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말을 인용해 “집은 단지 장소가 아니라 바꿀 수 없는 (삶의) 조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퀘벡은 끊임없는 내 마음의 상태, 나의 질병이자 치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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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비에 돌란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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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비에 돌란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단지 세상의 끝'. 프랑스 유명배우 뱅상 카셀과 레아 세이두, 마이옹 코티야르가 출연했다.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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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란 감독은 프랑스어에 대한 각별한 사랑도 드러냈다. 그는 “프랑스와 영어 모두 사용하지만 프랑스어가 나의 모국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 내 영어 사용자들이 압도적이고도 지배적임에도 프랑스어는 언어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로서도 살아남았다”며 “내 영화 속 인물들이 프랑스어로 자신들이 처한 정치ㆍ사회적 위기 상태를 표현하길 좋아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내 프랑스어 사용자'라는 소수자적 지위가 영화 속 인물 구성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정체성이 흩어지고 사라지거나 씻겨나가는 걸 느끼는 것"의 강력함을 아느냐는 말이기도 하다.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주인공 키트 해링턴이 주연한 ‘존 F. 도노번의 죽음과 삶’(2018)이 돌란 감독의 유일한 영어 영화다.

20대 초반에 이미 '젊은 거장'이란 평을 받은 그에게 영화란 무엇일까. 그는 “이야기가 내 모든 것”이라 표현했다. “누군가의 이야기, 무언가의 이야기, 나이면서도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본질”이라고도 했다. 그는 “영화가 아니었다면 패션, 디자인, 건축을 통해서라도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며 “이야기 전달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다면 변호사라도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코로나19사태는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했다. 집에 갇혀 있는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그렇기에 TV 미니시리즈용 극본을 쓸 수 있었다. “강간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죠. 지난해 여름에 본 연극을 각색한 겁니다. 쓰는 동안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돌란 감독은 수년 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 주요 영화제들의 초청 1순위에 올라있다. 부산영화제 관계자가 “돌란 감독이 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국내에도 열성 팬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도 쉽지 않아보인다. 돌란 감독은 ‘마티아스와 막심’ 개봉을 맞아 올 봄 첫 방한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로 발목이 잡혔다. 돌란 감독은 “한국 팬들의 우정과 열렬한 사랑에 매우 감사하다”며 “팬들을 속히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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