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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진짜 민주주의' 언급한 윤석열, 독재·전체주의 작심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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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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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지휘에서 배제된 뒤 한달여 만에 침묵을 깨고 "'진짜 민주주의'를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며 현 정부에 대한 높은 수위의 비판으로 풀이되는 작심발언도 내놨다.

'검찰 개혁'이란 명분 하에 권력형 비리 수사를 봉쇄한 문재인정부는 한마디로 '가짜 민주주의'라며 반기를 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주자로 오르고 있는 윤 총장의 이 같은 일성은 검찰 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3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공개 발언에 나선 것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검찰을 둘러싼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됐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박탈이란 초유의 상황에 대해 '형성적 처분'에 의한 지휘권 상실이라며 소극적 반발에 그친 데 비해 현 정부에 대한 반기로 읽힐 정도로 비판의 수위가 매우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총장이 가장 먼저 던진 화두는 '헌법적 가치'다. 검찰총장 취임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단어기도 하다.그러나 이번엔 단순히 '헌법적 가치'를 강조하는 데서 머물지 않았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그가 들고 나온 키워드는 '진짜 민주주의'였다.

윤 총장은 "검사는 언제나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엄숙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절차적 정의를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형사 법집행의 기본"이라고 운을 뗐다. 최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거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폭행 논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변호인 참여 고지 의무 위반, 디지털 증거 수집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 배제, 불법 감청 논란 등으로 위법한 압수수색 집행이란 지적을 받았다.

윤 총장은 "형사법에 담겨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정한 경쟁,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헌법 정신을 언제나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이 말하는 ‘진짜 민주주의’의 의미는 바로 이어지는 대목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된다면서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180석의 의석으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다수결 원칙이란 명목하에 ‘검찰 개혁’이 아닌 ‘검찰 장악’을 밀어붙이는 상황을 지적했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수처장 임명 방식이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검찰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현 정권과 여당의 행태에 대해 쓴소리를 날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무기로 현 정권이 검찰 수사에 개입해 여권 핵심 인사들의 처벌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한다”면서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도 강조했다.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권력형 비리에 대해 형사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 것이 ‘가짜민주주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여당이 대승한 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비롯해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 사태’,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 사건 등 현 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권력형 비리 수사가 가로막히게 된 현 상황을 에둘러 비판하며 이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법조계에선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고 강조해왔던 윤 총장이 법무부 등 현 정부에 손발이 묶여버린 상황에 침묵 대신 작심비판으로 사실상 정치적 행보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총장은 지난 주말에 걸쳐 이번 메시지를 직접 집필하고 다듬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윤 총장이 ‘식물 검찰총장’으로 머물지 않고 ‘진짜 민주주의’를 기치로 본격적으로 정부에 적극 맞서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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