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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성소수자가 싫어서…" '차별 금지' 포스터 찢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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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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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1일 게시됐던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광고의 원래 모습.(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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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금지'를 호소하는 게시물들을 향한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지하철 신촌역에 걸린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문구 포스터가 게시 이틀만에 심한 훼손을 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위가 성적 지향 등에 관한 반감으로 일어나는 '증오 범죄'라며 국가 기관이 나서서 일반 범죄보다 엄격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를 통해 부당한 표현의 자유 제약이나 정치인에 대한 테러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광고판부터 정치인 사무실까지 폭력 드러낸 '차별금지법 반대'



3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신촌역에 성소수자 차별 반대 취지로 걸린 대형 광고판을 훼손한 혐의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종교적 이유로 성소수자가 싫어서 그랬다"며 범행 동기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훼손된 포스터는 '성소수자는 당신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지난달 31일 게시됐으나 2일 오전 문구 절반 이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찢긴 채 발견됐다.

게시물을 게시한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은 논평을 통해 "(광고 훼손이) 성소수자들에게 공공장소에 드러나지 말라고 위협하는 행위이며 혐오 과시"라고 밝혔다. 이어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와 폭력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용납되지 않는다"며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게시물이 임시 철거된 자리에 포스트잇 등을 통해 포스터의 메세지를 복원해 캠페인을 이어갔지만 포스트잇 또한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무지개행동은 3일 오후 해당 광고를 복원했다. 무지개행동은 훼손 발견시 SNS 메세지 등을 통해 제보를 받는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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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돼 임시 철거한 광고판 위에 붙은 포스트잇 /사진=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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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금지'에 대한 반감은 난동, 기물훼손 등 폭력적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25일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애국수호 어머니회'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지역구인 고양 화정동 소재 사무소에 무단침입해 욕설을 퍼붓고 내부 기물 등을 훼손한 바 있다.

앞서 21대 총선 직전인 4월 13일 신지예 녹색당 후보의 선거 홍보 벽보 또한 훼손당하는 일이 일어났했다. 신 후보가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슬로건을 걸고 시장 후보에 나섰던 2018년에도 후보의 벽보 훼손이 발생했다. 신 후보는 여성 인권 신장, 소수자 차별 철폐 등을 주장해왔다.


"단순 훼손 아닌 증오범죄 혹은 테러…국가가 엄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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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애국수호 어머니회'가 25일 훼손한 심상정 대표 사무실 포스터.(정의당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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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철폐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폭력 행위는 '증오 범죄'를 통한 표현의 자유 제약이자 그 자체로 테러 행위라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이런 행위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관한 알러지 반응으로 보인다"며 "일부 기독교 종파는 교세를 위협받는다는 느낌에서, 일부 남성들은 역차별 받는다는 느낌을 폭력적으로 풀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위와 같은 범죄 행위로 인해 용기를 내 '차별 철폐'라는 당연한 주장을 한 성소수자들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제약 받는 문제를 겪는다"며 "특히 공적 기능을 가진 국회의원실에 대한 공격은 테러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어 "성적 지향 등을 빌미로 삼아 발생하는 이런 '증오 범죄'는 확신범죄인 성향이 있어서 상당히 심각하다"며 "증오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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