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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땡큐 트럼프, 주독미군 감축에 웃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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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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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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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 1만19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유는 독일이 '부국'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고 있다는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호구(suckers)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독일이 러시아와 천연가스관 사업 '노르드스트림2'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러시아를 견제한다는 나토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감축 계획에 따라 6400명은 미국으로 귀환하고 나머지 5600명은 이탈리아, 벨기에, 폴란드, 발트해 연안 등으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번 재배치의 핵심 목표는 나토의 남동쪽 흑해 인근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란 의미다.

그러나 EU와 나토 핵심 국가인 독일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것이 오히려 러시아를 웃게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과 나토 국가들 간의 관계가 소홀해지고, 나토의 중심이 핵심국인 독일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 자체가 러시아에는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방향이란 해석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측근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의회 외교위원장은 "독일에는 미군의 유럽군사령부와 아프리카군사령부가 있는 등 미군의 중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주독 미군이 철수한다면 앞으로 러시아나 중동의 군사갈등 속에서 미군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벤 호지스 전 유럽주둔 미 육군사령관도 "주독미군 감축은 러시아에 선물을 준 셈"이라며 "독일은 미국의 유럽 내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다. 유럽 내 병력을 이탈리아로 이동하면 미국 방위비 지출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분위기는 '유럽군'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일 가능성도 있다.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개입 구상(E2I)'을 제시했다. 당시엔 미국에 방위를 오래 의존해 온 독일이 신중하게 반응했으나 이번 주독미군 축소로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단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대이란 전선을 구축하고 동맹국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토, 특히 독일을 등지면 미국의 이익에도 크게 부합하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마르쿠스 카임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 수석연구원은 요미우리신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유럽의 독자적인 안보구상 논의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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