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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그 ‘괴물’ 손에 넘어간 집주소…아들 잃은 미 판사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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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스 판사…9분짜리 영상 성명 올려

반페미니스트 변호사가 집 찾아와 총격

“생사의 문제…판사 개인정보 노출 안돼”


한겨레

에스더 살라스 뉴저지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3일 올린 영상 성명.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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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생사의 문제입니다.”

보라색 재킷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의 에스더 살라스(51) 판사가 책상 앞에 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내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습니다. 우리 형제자매를 도울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분들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자택을 습격한 괴한에 의해 아들을 잃었다. 남편도 괴한에게 총격을 당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당시 연방판사의 가족이 자택에서 괴한의 총격을 당해, 미국 사회가 떠들썩했다.

사건 보름째인 지난 3일 살라스 판사는 9분짜리 영상 성명을 내어, 판사의 개인 정보가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러 목적에 활용될 수 있는 당신의 개인 정보를 팔아넘기는 회사들이 있습니다.…그 괴물은 내가 어디 살고, 어느 교회에 다니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는 걸 막아야 합니다.”

사건은 지난달 19일 오후 5시께 발생했다. 아들의 생일 축하 파티를 한 뒤 맞은 첫 주말이었다.

살라스 판사의 재판에 참여하기도 했던 변호사 로이 댄 홀랜더가 살라스 판사의 노스브런스윅 자택에 페덱스 배달원 차림을 하고 나타났다.

홀랜더는 살라스 판사의 아들 다니엘(20)을 쏜 뒤, 남편 마크 앤덜(63)에게도 3발의 총격을 가했다. 아들은 숨졌고, 남편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살라스 판사는 영상에서 “다니엘이 아빠를 보호했습니다. 괴한의 첫 총알이 아들의 가슴을 관통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살라스 판사는 당시 지하실에 있어 총격을 피할 수 있었다.

이튿 날인 20일 총격을 가한 홀랜더가 뉴욕주 설리번 카운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홀랜더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홀랜더의 범행 동기는 아직 불명확하다. 다만, 홀랜더가 악명높은 ‘반 페미니스트’ 변호사였던 것과 관련이 깊은 것 같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홀랜더의 웹사이트에는 여성에 대한 신랄한 비방과 폭력적인 이미지가 적지 않다. 그의 목표물 가운데는 그의 모친과 전 부인, 친구들, 그리고 페미니스트 판사들이 있었다.

그는 저서에서 살라스 판사에 대해 게으르고 무능력하며 살라스의 유일한 성취는 고교 치어리더였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홀랜더는 살라스 외에 전국 여성 판사 12명의 정보가 담긴 문서를 갖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살라스와 같은 라틴계였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살라스 판사는 라틴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 임용된 여성 판사로,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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