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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연합시론] 정치적 논란 부른 검찰총장 발언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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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40일간의 침묵을 깬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이 정치적 논란을 빚고 있다. 윤 총장은 우리 헌법의 핵심가치는 '자유민주주의'라면서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3일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진행된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다. 이어 윤 총장은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된다"면서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라고도 했다. 축사 전체를 살펴보면, 정의감으로 충만한 새내기 검사들에게 선배 검사가 해줄 만한 조언과 격려가 담겨 있다. 문제는 배격 대상으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라고 콕 집은 부분이다. 자유민주주의 개념을 나름 명쾌하게 설명하고자 동원한 표현인 듯하지만, 보기에 따라선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자극적 표현이란 점에서 작심 발언이지 싶다. 현직 검찰총장이 정치적 논란을 자초한 모양새다.

윤 총장의 이번 발언은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정국 인식과 맥을 같이해 눈길을 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대놓고 '일당독재' '전체주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였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의회 권력마저도 완전히 장악하고 돌격 태세를 구축함으로써 일당 독재, 전체주의 국가가 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 정치권에선 응당 쓸 수 있는 표현들이다. 그러나 현직 검찰총장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통합당은 윤 총장의 발언을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국회를 장악한 거대 여당이 제3차 추경안과 부동산 입법,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입법 등을 단독 처리해도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뜻밖의 원군을 얻었기 때문이다. 김은혜 대변인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칼잡이 윤석열의 귀환을 환영한다"고 했고, 국회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민주주의 허울을 쓰고 합법을 가장하면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윤 총장도 같은 고민을 한 것 같다"고 반겼다.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총장이 현실 정치의 한복판으로 소환된 셈이다.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도 말을 아끼고 있다. 윤 총장이 거론한 '민주주의라는 허울 쓴 독재'와 '전체주의'가 현 정부·여당을 겨냥했다는 확증이 없는 마당에 정색하고 비판할 경우 스스로 그렇다는 점을 시인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개별 의원들 차원에선 윤 총장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신동근 의원은 "검찰 개혁 반대를 넘어선 사실상의 반정부 투쟁 선언이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극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렇게 해석될 소지가 다분한 것도 사실이다. 신고식 직전만 해도 검찰 안팎에선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서는 만큼 윤 총장이 검사 간 몸싸움과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등 최근의 현안들에 대해 검찰수장으로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검찰 내부 분열상에 대한 대국민 사과 메시지도 없었다.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법집행이야말로 검찰의 생명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대검에 대한 국정감사 때를 빼곤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최근 일련의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본인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여야 전체 3위에 랭크되고 있는 것을 윤 총장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해를 부를 불필요한 발언을 앞으론 삼갈 필요가 있다. 혹여 현실 정치에 뜻이 있다면, 옷을 벗고 당당히 나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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