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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이슈 틱톡의 새 주인 찾기

이런 황당 대통령 없었다…틱톡 인수때 권리금 내라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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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 상당액 국고로 들어와야 인수 승인"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성사 원하면 권리금 지불"

전문가들 "전례 없고, 가능하지도 않아"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을 열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든 틱톡이든 미국 정부에 권리금을 내야 인수를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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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 거래 금액 가운데 상당액이 미국 국고로 들어올 경우에만 인수를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압박 덕에 거래가 이뤄졌으니 일종의 수수료를 내라는 얘기다. 기업 간 인수합병을 승인하면서 정부가 수익을 챙기려 하는 건 전례가 없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틱톡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에게 "우리가 이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으니, 가격 중 상당액은 미국 재무부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틱톡 매각을 가능하게 한 대가로 매각 대금 중 일부를 미국 정부가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거래 방식을 부동산 계약에서 "권리금(key money)"에 비유했다. 경쟁이 치열한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 세입자가 집주인이나 전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주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세입자는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권리금을 써서라도 계약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은 "훌륭한 자산이지만 미국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하면 미국에서는 훌륭한 자산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미국 국고로 들어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중에 누가 내야 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두 회사 모두 거래로 이득을 보기 때문에 거래가 가능하게 해 준 미국 정부는 수익금의 몫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몫의 수익금이 "판매 대금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니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일"이라며 "나는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통상적인 세금 이외에 매각 대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보고 있다. 칼 토비아스 리치먼드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한 비즈니스 거래 대금의 일부를 국가에 내라고 제안하는 것은 완전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그런 아이디어는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일한 토니 프래토 전 재무부 관리는 "통상적인 세금 납부 의무를 제외하면 마이크로소프트든 중국이든, 틱톡이든 바이트댄스든 어느 쪽도 미국 정부에 수표를 보내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제안이 독점금지법에도 근거가 없어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닌 다른 미국 기업이 틱톡을 사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는 9월 15일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시한을 못 받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틱톡은 미국에서 사용 금지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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