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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더운 여름' '추운 겨울' 공식 맞지 않는 한반도 이상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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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2018년, 2019년, 2020년 8월4일 한반도에 내려진 폭염특보 상황. 예년 이맘때쯤에는 붉은 색 폭염특보가 한반도 전체를 뒤덮었지만, 올해는 정확히 국토의 반반이 호우특보와 폭염특보로 나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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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18년 이후 우리나라 주요 이상기후’ 자료를 보면,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 ‘더운 여름’이라는 기존 상식은 더 이상 들어맞지 않게 된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8월1일 서울의 하루 최고기온은 39.6도였다. 111년만에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2018년의 폭염은 이런 기록들을 여럿 남겼다. 서울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던 날, 강원도 홍천의 최고기온은 41도를 찍으면서 역대 국내 최고기온이었던 ‘대구 40도’(1942년)를 뛰어넘었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되는 폭염 일수도 31.4일을 기록해 관측 이래 가장 길었다. 당시 기록적 폭염이 닥쳤던 원인은 7월 초부터 더운 성질의 티벳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발달한데다, 한반도가 두 고기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했기 때문이었다. 두 고기압이 만나 무더운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뜨거운 날씨가 8월까지 이어졌다.

2년이 흐른 올해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7월 말쯤 무더위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전망은 빗나갔다. 대신 장마가 한 달 이상 계속되면서 예년보다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의 장마는 역대 가장 긴 49일 간 지속되다 종료됐고, 중부지방의 장마는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상청은 이날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비가 적어도 14일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망대로라면 이날 기준으로 42일째 이어지고 있는 장마가 역대 장마 최장 기록(2013년 49일)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중부지방에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장마가 끝난 남부지방에는 곧바로 더위가 닥치면서 국토 절반에는 호우 특보, 절반에는 폭염 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2018년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피해가 많았다면, 올해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긴 장마의 원인은 시베리아 지역의 고온 현상이 주변의 기압 배치를 바꿔, 한국에 찬 공기가 머물기 좋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체전선(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올려야 할 북태평양 고기압도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돼 비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상황은 지난해에도 발생했다. 지난해 여름철 기온은 기록적 폭염이 닥쳤던 2018년보다는 낮았지만, 대신 태풍이 평년보다 2배 이상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태풍 29개 중 7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190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였다. 10월 초까지 영향을 준 태풍이 지나가자, 겨울에는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겨울(지난해 12월~올해 2월) 전국 평균기온은 3.1도를 기록해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이번엔 고온 현상과 추운 날씨가 번갈아 나타났다. 3월 전국 평균기온은 7.9도로 매우 높았는데, 4월이 되자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며 기온이 뚝 떨어졌고, 5월에는 다시 기온이 약간 올랐다.

올해는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 2015~2017년 여름철 강수량은 이례적으로 적었다. 최근 발표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2015년에는 연강수량이 역대 최저 3위를 기록했고, 2016년 8월의 강수량은 역대 최저치, 2017년 6월은 역대 최저 3위였다.

이상기후 현상은 점점 잦아지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2018년에는 폭염, 2019년에는 태풍, 이렇게 특징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한 가지씩만 발생했다. 그런데 올해는 겨울이 덥고, 봄철 한파가 있었고, 여름철 장마는 길어지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이 점점 잦아지고, 다양한 양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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