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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남중국해 충돌 우려 커지자…미·중 모두 “군사회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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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 난징대 교수 관영매체 기고

“군사당국 고위급 회담 재개해야”

미 국방 “비상연락망 구축 필요”


한겨레

중국이 군사훈련을 벌이는 남중국해에 파견된 미국의 니미츠급 항모 전단. 미국은 지난달 4일 니미츠 및 로널드 레이건 항모 2대를 남중국해에 파견해,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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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대치 상황이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가운데, 우발적 상황에서 양국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고위급 군사당국 회담이 필요하다는 중국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지난달 ‘돌발 상황’ 대처를 위한 미-중 간 비상연락망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4일 미국 전문가인 주펑 난징대 교수가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기고한 글 내용을 따 이같이 전하고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양국 군사당국 간 고위급 회담을 재개해 우발적 상황이나 오판에 따른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교수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미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해상왕국으로 만드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7월13일), “중국에 영토와 영해를 침범당한 국가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것”(7월15일) 등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 등과 충돌하면, 미국이 군사적 개입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달 남중국해에서는 미-중 간 군사적 대결이 우려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중국 싱크탱크 남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 집계 결과, 지난 7월 미국은 남중국해 일대 해상에서 67차례나 정찰비행에 나섰다. 5월(37차례)과 6월(49차례)에 견줘,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특히 중국군이 분쟁 수역인 시사군도(파라셀 제도)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던 7월1~5일에 미군의 정찰비행이 15차례나 집중됐다.

비행 횟수만 늘어난 게 아니다. 중국 영해 70해리 근접 비행이 9차례, 60해리 근접 비행이 6차례, 40해리 근접 비행이 1차례 이뤄지는 등 양국군 간 ‘물리적 거리’도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4일 니미츠호 등 항공모함 2대를 동원한 해상훈련도 했다.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정책 방향이 ‘예방’에서 ‘대결’로 바뀐 모양새”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맞서 중국군도 지난달 15~16일 미사일 약 3천기를 발사하는 대대적인 해상 타격 훈련을 했다. 이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는 남방전구사령부 주도로 2단계로 나눠 야간 장거리 공습 훈련을 포함한 고강도 폭격 연습에 나서는 등 군사적 긴장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1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최 토론회에서 “연내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 돌발 상황 발생 시 위기관리를 위한 미-중 간 비상연락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도 현 중-미 관계의 위험성을 잘 인식하고, 합리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사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은 아직까지 에스퍼 장관의 방중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중 관계의 전방위적 악화 속에 양국 간 군사교류도 얼어붙었다. 미 국방부는 2018년 5월 ‘남중국해의 지속적인 군사화’를 이유로 중국의 환태평양훈련(림팩) 참가 초청을 전격 취소했으며, 지난해 4월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관함식에도 전례를 깨고 불참했다. 양국군 수장이 얼굴을 마주한 것은 지난해 6월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패트릭 섀너핸 당시 미 국방장관 대행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때가 마지막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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