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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속수무책 통합당 ‘명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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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수적 열세 현실 사이 선택

필리버스터·전원위 요청 안해

“야권 권한 행사 안해” 비판도

세계일보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관련 법안 통과에 반발하며 또다시 표결에 불참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와는 달리 ‘단체 퇴장’ 대신 자리를 지키며 재석 버튼을 누르지 않는 항의 방식을 택했다. 통합당 원내지도부는 강경 투쟁을 요구하는 일부 지지자들의 요구와 수적 열세라는 현실론 사이에서 반대토론과 자유발언으로 일종의 ‘명분’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의 강행하에 이뤄진 이번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나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한해 재적 의원 전원이 안건 심의를 할 수 있는 전원위원회 구성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국회법에서 허용한 야당의 권한조차 행사하지 않는 통합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필리버스터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다수 의견이 강하게 반대토론을 해서 법안의 문제를 지적하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초선인 전주혜 의원은 페이스북에 “토론과 합의를 무시한 채 숫자로만 밀어붙여 설익은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여당의 폭주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이 된다. 필리버스터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실효성 부족을 이유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필리버스터를 시작해도 오늘 자정(회기 종료)까지밖에 못 한다. 10시간을 한다고 하면 2시간씩 5명밖에 참여할 수 없다”며 “소수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면 다수당도 끼어들어 판이 흐려진다”고 설명했다.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필리버스터가 곧장 중단될 수 있다는 점도 통합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범여권 의석이 190석으로 전체의 5분의 3(180석)이 넘는다.

당 지도부는 ‘명분’을 선택했다고 해명했다. 당 관계자는 “본회의에서 전원위원회나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법안에 정당성을 태워 줄 수 있다”며 “오롯이 여당이 처음부터 끝까지 법안 심사와 통과를 밀어붙였고, 그 책임 또한 여당에 있다는 것을 과정에서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당 의원들이 ‘찬성 필리버스터’까지 하지 않았느냐.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제도를 완전히 망쳐놓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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