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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공급대책 청년층 반응은… "소득제한에 특공은 여전히 그림의 떡, LTV나 좀 풀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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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한다고 하니 기대감이 생기긴 하지만, 실제로 분양을 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안 서네요. 저희가 공급책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요?"

서울에 사는 결혼 3년차 맞벌이 유모(33)씨는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정부가 지난 4일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총 13만2000가구 수준의 신규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30대 전후 실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완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최근 집을 영영 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패닉바잉(Panic Buying·공포에 의한 매수)’에 나서면서 주요 매수 주체로 떠오른 세대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이들의 불안을 어느 정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까다로운 청약 제도와 특별공급 기준, 팍팍한 대출 규제 탓에 상당수에게는 ‘그림의 떡’이란 회의적 반응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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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TF회의결과 브리핑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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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신혼부부 무주택자 불안 달래기 나선 政

정부는 이번 공급 대책을 통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청년·신혼부부와 무주택자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나타난 추격 매수세를 잠재우려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날 정부와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신규주택 공급 물량은 13만2000가구 규모다. 세부 방안을 보면 태릉골프장 등 신규 택지를 발굴해 핵심입지에 3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신규 공급한다. 또 서울지방조달청, 정부과천청사, 국립외교원 등 국유지와 공공기관 이전 부지도 활용하는데 이 곳에 공급되는 주택은 최대한 청년·신혼부부에게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풀고 층수도 50층까지 허용하는 고밀 재건축을 허용해 정비사업을 통해 7만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하는데,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을 받은 주택을 무주택, 신혼부부, 청년 등에 장기공공임대(50% 이상)와 공공분양(50% 이하)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책이 젊은층의 패닉바잉 심리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공급 확대 기조를 강화한 것은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시장의 불안 심리와 이에 따른 추격 매수를 잡을 수 있는 것은 확실한 공급 신호(시그널)뿐"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주택 매매 거래량이 다소 줄어들며 숨고르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입주로 이어지는 시점에 공급 효과가 가시화(현실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회 확대 피부에 안 와닿아… 대출 규제 풀어야"

그러나 상당수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와닿지 않는 선언적인 수준이라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정부는 구입자금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가 분양가의 40%만 내고 최장 30년간 지분을 나눠서 매입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방안도 내놨는데, 이와 함께 투기 방지를 위한 예시로 든 ‘실거주와 전매제한 20년 조건’이 다소 비현실적이란 반응이 있다.

서울 광화문 소재 직장에 다니는 강모(38)씨는 "투기 문제가 우려된다고 해도 20년 조건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직장이나 자녀 교육 문제로 이사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전매제한은 10년 정도가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냈다.

또 정부는 당초 계획된 공공분양 물량의 사전 청약을 확대하고 생애 최초 특별공급을 확대하며 소득기준도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내집 마련의 허들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불만은 여전하다.

서울 강서구 소재 한 빌라 세입자인 직장인 김모(34)씨는 "정부가 청약 기회를 어떻게 늘리고 소득 기준을 얼마나 완화할 지 등 구체적인 요건이 나오지 않아 실제로 내가 대상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씨의 청약통장 가점은 31점으로, 일반 공급 당첨이 사실상 어렵다. 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라 민영주택 생애 최초 특별공급의 현행 소득 기준(7·10대책 이후 월 722만원 이하)을 넘어선다. 이런 현실을 조롱하는 말로 온라인 상에서는 ‘금수저 백수는 특별공급으로 내집 마련을 하고, 흙수저 맞벌이 부부는 세입자 신세로 지낸다’는 조롱섞인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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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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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상황에 있는 맞벌이 유모 씨는 "치열하게 공부하고 취업해 부모의 경제적 도움 없이 생애 첫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맞벌이인데 상대적으로 나은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로 우리 부부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아니냐"면서 "특공 기준의 외벌이 소득과 맞벌이 소득이 왜 10%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나도록 설정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소득이 마음에 안들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 규제라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7·10대책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기준을 완화했다. 분양가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 외벌이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30%, 맞벌이 140%까지 10%포인트씩 높이는 대안을 내놨지만 이역시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현재 무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6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 우대 받을 수 있는 ‘서민·실수요자’ 기준 부부 합산 연소득도 8000만원 이하다.

지난 6월 기준 최근 1년간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1평)당 2756만원이다. 1년 전보다 3.1% 오른 값으로, 25평형(공급면적)이 6억8900만원에 달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에서 주택담도대출은 집값의 40%까지만 나온다. 분양가 6억원짜리 아파트에 당첨돼도 3억6000만원은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실수요자에게는 필요한 대안은 ‘대출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청년·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소득 요건을 완화해주면서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주거 문제는 일정 부분 해소해 줄 수 있으나, 실수요자들 중에서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면서 "대출금 상환 능력이 있는 맞벌이 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서 부동산 대출의 허들을 낮춰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과 생애최초 특별공급,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소득기준 완화 등에 따른 청약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 늘 것이란 관측에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6·17과 7·10대책으로 대출문턱과 세금부담이 높아졌고 이미 가격부담이 커진 주택시장 매입에 무리하게 뛰어들기보다는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을 기대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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