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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교사들 “졸업앨범서 제 사진 빼주세요” 범죄 악용 우려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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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졸업앨범 교사 사진 악용 걱정하는 교사들. 사진 서울교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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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졸업앨범에 실리는 교사들의 사진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아예 싣지 않도록 하자는 논의가 학교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 다수가 “졸업앨범에 실린 사진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그동안 졸업앨범에 전 교직원의 사진을 넣어왔던 관행을 없애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교사들의 자구책이다. 최근 교사들은 얼굴 사진과 신상 정보 유포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사회복무요원이 고교 담임교사를 스토킹하고 협박한 사건 등이 졸업앨범 교직원 개인정보 비공개 논의의 계기가 됐다.



“범죄에 악용” “사진 돌려보며 품평”



서울교사노조가 지난 4월 전국 교사 81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 졸업앨범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70.6%가 ‘본인의 사진 자료가 범죄에 악용될까 봐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부산교사노조의 지난달 ‘졸업앨범 제작 시 교직원의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1035명 중 91.6%가 ‘자신의 개인정보와 사진을 제공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졸업앨범이 스토킹이나 사기 등의 심각한 범죄에 이용될 소지가 있음을 우려’, ‘코로나 기간에 교사를 직접 못 만나는 학부모 및 학생들이 사진을 돌려보며 품평하는 것이 싫어서’ 등의 이유를 꼽았다.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교사의 사진을 졸업앨범에서 빼자는 주장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올해부터 6학년 담임교사를 제외한 교사 사진을 졸업앨범에 넣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은사님을 추억하기 위한 것인데 서운한 측면도 있다”며 교사들의 사진을 앨범에 싣기를 희망했다.

장경주 서울교사노조 정책연구원은 “그동안 맘카페를 통해 교사 사진이 유포되는 등 문제점이 있어도 교사들이 이의제기를 못 해왔지만, 이른바 ‘박사방’ 사건으로 온라인 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변화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사진 등 개인정보가 오용되기 쉬운 환경이 된 만큼 이제 졸업앨범도 변화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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