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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윤석열 탄핵·징계해야”… 尹 ‘독재 배격’ 발언에 범여권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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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국민의당은 “기개 보여줬다” 옹호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 검사들 앞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강조한 다음날인 4일, 범여권 정당·인사들이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이들은 윤 총장이 ‘반정부 투쟁’을 선언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탄핵·징계’까지 언급하거나 ‘태극기를 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윤 총장이 ‘기개를 보여줬다’며 옹호에 나섰다.

세계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공식적인 논평이나 대응을 내놓진 않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선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지금 상황은 검찰 독재가 문제”라며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사건을 조작하는 잘못은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주민 의원은 “윤 총장의 발언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를 막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대검찰청 수뇌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의원은 윤 총장의 발언을 두고 “특정 발언에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직분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우회 비판했다.

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임명된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이기려 하는가”라고 되물었고, 신동근 의원은 “검찰개혁 반대를 넘어선 사실상의 반정부 투쟁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만들어진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윤 총장을 탄핵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를 징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면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옷 벗고 나가 야당 정치인이 되든가, 아니면 태극기를 들고 반정부 운동을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윤 총장의 발언을 두둔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민주주의의 당연한 원리를 이야기한 것”이라며 “다수를 앞세워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면서 실질적 내용은 민주주의가 아닌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지 않나”라고 답했다. 같은 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검찰의 임무는 바늘 도둑 잡는 게 아니고 권력형 비리를 잡는 것”이라며 “윤 총장이 초임 검사들에게 기개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칼잡이 윤석열의 귀환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윤 총장이 “검찰총장다운 결기를 보였다”면서 “민주주의의 가면을 쓰고 공정과 정의라는 말을 포장 삼아 국민을 현혹시킨 세력들로 인해 나라가 두 동강 나버린 작금의 현실 앞에서 편향적이지 않고 매사 공정한 검찰총장으로 국민의 희망이 돼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정의당 박 의장의 태극기 운운에 “자기들의 견해와 다르면 ‘태극기 부대’로 만들어버리는 못된 버릇”이라면서 “이 야만적이고 폭력적 어법이 진보정당 소속 정치인 입에서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정의당에 몸담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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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대검찰청 제공


청와대는 윤 총장의 발언에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윤 총장의 언급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총장 발언을 언론이 해석한 것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제가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고만 답했다. 윤 총장은 전날 대검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검사는 언제나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엄숙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닌,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해 ‘말에 뼈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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