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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한준의 희생번트…KT는 지금도 1승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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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지난 4일 고척스카이돔. 2점 차로 앞선 8회초 주자는 1루. 타석에 들어선 유한준(39·KT)이 불펜계투조 김상수(키움)를 상대로 번트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1루까지 전력질주. 1루 주자 강백호는 2루까지 진루했고 유한준은 그대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후속타가 없어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유한준의 자발적인 희생번트는 1승을 향한 KT의 마음가짐을 짐작케 한다.

베테랑의 번트는 흔히 볼 수 있는 시도가 아니다. 프로로서 전쟁터에서만 10년 넘게 살아남은 만큼 고참에게는 고유의 타격이 있고 상황에 맞는 타개책이 있다.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더라도 출루할 수 있는 노하우도 있다. 꼭 득점이나 진루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벤치의 지시로 베테랑이 희생하는 경우, 팀의 확률을 위해 본인의 타석을 희생하는 경우 감독이 나서서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KT는 최고참들이 자발적으로 나선다. 주장 유한준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0.316(57타수 18안타). 통산 타율도 3할이 넘는 이 베테랑은 지난 4일 올 시즌 첫 번트를 댔다. 타점을 수확할 기회에 번트를 댄 이유는 하나. 1점만 더 내면 이길 것 같았기 때문. 이강철 감독은 “벤치에서는 번트 사인을 내지 않았는데 (유)한준이가 스스로 승부처라고 판단했다고 하더라. 1점만 더 내면 승기를 굳힐 수 있을 것 같아 주자를 앞으로 보냈다고 말하더라”고 설명했다.

비단 유한준만이 아니다. 부주장 박경수도 올해 희생번트가 두 차례다. 박경수의 올해 출루율은 0.376. 팀 내에서도 ‘눈야구’에 최적화된 박경수인데 팀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무릎을 굽힌다. 최악의 경우 득점 찬스에 병살타를 친다고 아무도 뭐라 하는 이 없다. 그래도 박경수는 1승을 위해서라면 당연하다는 듯이 몸을 낮춰 방망이를 가로로 댄다. 포수 장성우의 번트 7개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감독이 타격 사인을 내도 ‘팀이 이겨야죠’라는 이유다.

KT는 유한준의 희생번트가 성공한 날 6연승으로 5위에 올랐다. 지난해 9연승을 하면서 창단 이후 첫 후반기 5위에 오른 다음 1년 만에 다시 고지를 밟았다. 타격 6개 부문서 1위인 외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 황재균, 배정대 등 타선의 힘으로 5강 문턱에 다다랐다. 형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KT는 지금도 1승이 간절하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사진설명: 유한준의 희생번트는 KT가 1승을 얼마나 원하는지를 보여준다. 사진은 유한준이 번트를 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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