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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파트는 35층만 가능", 서울시 층고 규제도 사실상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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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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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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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만 짓는다면 공공재건축 단지도 35층을 넘을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가 8·4 공급대책 핵심인 공공재건축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한 말이다.

정부가 도시정비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바꿔 LH, S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한 공공재건축 단지는 용적률을 최대 500%(준주거 기준)로 완화해서 건물 높이를 50층까지 높여 5만 가구 이상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나온 반응이었다.

이는 '모든 공공재건축 단지가 50층 층고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재건축 시장에서 관심이 큰 대치동 은마,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주요 단지들은 업무 중심지가 아니어서 준주거 지역으로 종상향을 받아도 최고 40층만 허용된다.


국토계획법 근거한 법정계획…공급 효과 내려면 정부와 서울시 협력이 관건

이런 예측과 설명은 모두 2014년 4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직접 서명한 '2030 서울플랜'에 기반한 것이다. 일부에선 정부가 풀겠다는데 지자체가 막을 수 있느냐고 지적하지만 '2030 서울플랜'은 서울 도시계획 '최상위 개념'으로 사실상 법률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플랜은 서울도시기본계획의 약자로 국토계획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법정계획이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도 등 광역 지자체는 별도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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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990년 최초로 2000 도시기본계획을 만들었다. 이어 1997년(2011년 도시기본계획) 2006년(2020년 도시기본계획)에 이어 2014년 현재 운용 중인 2030 서울플랜을 확정했다. 공식적으로 네 번째 계획이다.

2030 서울플랜은 앞서 만든 계획보다 법적구속력이 더 크다. 지방분권 강화로 지자체 권한이 강화된 까닭이다. 2009년 2월 국토계획법이 개정돼 도시기본계획 승인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이양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의 도시계획 수립권한이 강화됐다.


박원순 전 시장 부동산 정책 원동력…층고 규제 2014년 첫 도입

박 전 시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까지 보수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뉴타운 해제, 도시재생 등 독자적인 부동산 정책을 펼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용도 지역별 건물 층수 제한 규정은 이전 도시기본계획에선 볼 수 없던 내용으로 2030 서울플랜에서 처음 도입됐다.

또한 사업지별 용적률, 건폐율, 가구 수, 임대주택 비중, 기부채납 등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원회 심의를 거쳐야 최종 사업 추진이 결정된다. 재건축 조합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정비계획안도 이 과정에서 번번히 제동이 걸리곤 한다.

정부가 공공재건축이란 정책 얼개를 짰지만 사업이 속도를 내고 착공으로 이어져 실제 공급 효과를 내려면 서울시의 협조가 필수적인 셈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정하고 공공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서울 2030 플랜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준주거 지역은 50층까지 제한하는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에 8·4 대책 발표 당일 오후 진행한 자체 기자회견에서 공공재건축에 부정적 반응을 보여 논란을 일으켰던 서울시도 "공공재건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원활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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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확대 테스크포스(TF) 회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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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층 룰' 해제 도시계획 바꿔야…시장 궐위 상황에서 어려운 선택

하지만 서울 2030 플랜에 따르면 50층 재건축 단지는 강남, 여의도, 종로 등 시내 업무중심지에서도 주상복합 건물만 한정된다. 게다가 증가한 용적률의 10%는 상가 등 비주택으로 채워야 하므로 실제 주택공급 효과는 정부 기대치에 못미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규모 공급 효과를 보려면 서울시 협조 하에 민간 재건축 조합이 움직여야 한다. 정부도 조합원 2/3 이상 동의를 받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공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은마, 잠실5, 압구정 등 단지 규모가 큰 재건축 단지들은 공공재건축 정책에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규제가 맞물려 있고 공공재건축을 통해 증가한 용적률의 최대 70%를 기부채납하는 조건도 붙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재건축 단지에 50층 인센티브를 부여하려면 도시기본계획을 바꿔야 하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도시기본계획은 선거로 선출된 시장이 최종 승인해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박 전 시장 궐위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선 선택하기 힘든 카드다.

서울시는 당초 올해 연말까지 2040 서울플랜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집회 자제로 공청회가 어려워졌고 예기치 못한 시장 궐위 사태로 잠정 중단됐다. 내년 4월 보궐선거 이후에나 재추진이 가능할 전망이다. 선거 결과도 부동산 정책에 큰 변수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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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 건립 계획이 발표된 상암동 DMC 부지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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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노원구·마포구 반기…서울시 등 광역지자체보단 대응력 약해

한편 과천 정부청사부지에 4000가구 임대주택 건설이 계획된 과천시도 김종천 시장 명의로 반대 입장을 냈다. 김 시장은 정부가 개발계획을 철회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해당 부지는 국유지여서 과천시가 직접 제동을 걸 수단은 많지 않다. 다만 정부가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지구단위계획 수립 과정부터 순탄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과천시 도시정책과 등 담당 부서 실무진은 이날 택지 후보지로 선정된 청사 유휴지 현장을 찾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태릉골프장 부지(약 83만㎡)에 1만호 개발이 확정된 노원구는 오승록 구청장 명의로 문재인 대통령에 계획을 수정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태릉골프장 부지 절반을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부지에 저밀도 민간분양 단지를 짓고 교통난 해소 대책도 필요하다는 게 요지다. 이 계획을 수용하면 해당 부지에 1만 가구 공급은 사실상 어렵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구인 상암동 DMC 부지와 서부면허시험장 등에 5000여 임대주택 공급 계획과 관련 "주민들과 마포구청, 지역구 의원에 단 한마디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어디 있냐"며 "찬성하기 어렵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유동균 마포구청장도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구청은 사업계획승인, 관리처분인가 등 각종 인허가권이 있다. 다만 이런 행정절차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보류하는 등의 구속력은 거의 없다. 도계위 심의 등을 통해 사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광역 지자체장과 비교하면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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