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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8ㆍ4 대책 후폭풍…지자체ㆍ조합원 반발 ‘들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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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소속 지자체장, 무기한 천막 농성까지…일선 조합 "지자체 소극적이면 공공재건축 어렵지 않겠나"

이투데이

서울 한강변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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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발표한 ‘서울 권역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8ㆍ4 대책)이 하루 만에 흔들리고 있다. 야심차게 꺼내 든 공공 재건축은 조합 사이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신규 택지 조성에 강하게 반발한다. 충분한 조율 과정 없이 공급 대책을 내놓은 탓이다. 정책 효과가 정부 계획에 못 미칠 거란 예측에 힘이 실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앞으로 서울시와 협력해 재건축조합과의 소통 등을 통해 공공 고밀 재건축 사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한 8ㆍ4대책을 두고 곳곳에서 불통 논란이 생기고 있어서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4일 오후 공공 재건축에 대해 “서울시는 찬성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몇 시간 후 국토부와 서울시는 공동 해명자료를 내고 “서울시도 공공 재건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미 불협화음이 드러난 후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참여하는 정비사업에 규제를 완화해주는 대신 공공주택을 기부채납받는 공공 재건축은 8ㆍ4 대책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정부는 8ㆍ4 대책을 발표하며 공공 재건축으로 5만 가구 이상을 신규 공급하겠다고 했다.

◇과천시장, 천막 치고 무기한 농성…마포구청장 “마포를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홍 부총리 발언은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갈등의 불씨가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도 이날 tbs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이견이 없는데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8ㆍ4 대책 이후 첫 정부 메시지가 ‘갈등 봉합’에 쏠린 셈이다.

8ㆍ4 대책을 두고 정부와 각을 세우는 건 서울시뿐만 아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날부터 정부과천청사 맞은편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키로 했다. 이 땅에 4000가구 규모 단지를 짓겠다는 정부 계획을 막기 위해서다. 유동균 마포구청장도 관내 상암동이 2000가구 규모 택지로 포함된 데 대해 “마포를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노원구 태릉골프장에 들어서는 ‘미니 신도시(1만 가구)’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김 시장과 유ㆍ오 구청장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여당 소속 단체장까지 8ㆍ4 대책에 반기를 든 것은 정부가 기초자치단체를 배제한 채 ‘전격전’식으로 정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8ㆍ4 대책 실행에 소극적이면 정책 동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허가 등 주택 공급 실무를 맡는 건 지자체이기 때문이다.

◇정책 신뢰 떨어진 공공 재건축=가뜩이나 기부채납 문제로 공공 재건축에 소극적이었던 재건축 단지에선 정부와 지자체 간 다툼이 드러나면서 부정적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주택 순증 두 배, 최고 층수 50층 허용 등 정부가 공공 재건축에 약속한 인센티브가 지자체 인허가 과정에서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 순증 두 배, 주거지역 50층 허용 등은 맥스(최대치) 개념이지 확정된 수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용산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어떤 조건을 내거느냐에 따라 공공 재건축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며 “지자체가 소극적이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남구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전혀 생각이 없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공 재건축 사업을 신청하고 조합원들을 설득할 조합 집행부마저 정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정책 효과는 정부 기대에 못 미칠 수밖에 없다. 공공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면 아파트 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본질적 정책 효과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비사업에 다시 눈을 돌린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재건축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어차피 재건축 수익 90%를 환수하겠다는데 인센티브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가 다투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투데이/박종화 기자(pbell@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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