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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류호정 "내 원피스에 쏟아진 공격, 보통 여성들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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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년 향한 우리사회 적나라한 시선…언젠간 공론화됐어야 할 일"

"국회와 안어울린다? 관행은 바뀌는 것"…고민정 "엄숙주의 깨줘 감사"

뉴스1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8.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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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5일 자신이 전날(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은 분홍색 원피스 의상을 둘러싼 성희롱성 비난 등에 대해 "이번 제 복장에 쏟아진 즉각적인 혐오 표현은 보통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너무 익숙한 일이라 담담하다. 심지어 양복을 입었을 때도 '어린애가 무슨 정장이냐'는 욕을 먹기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은 의상을 두고 여권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는 류 의원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인의 복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넘어 류 의원을 성적 대상화하는 표현이 다수 나왔다.

딴지게시판과 민주당 당원모임 커뮤니티 등에서는 류 의원을 향해 외모 품평을 하는 것은 물론 "성 상품화를 시도했다", "성희롱하라고 입었냐"는 댓글부터 류 의원의 복장을 성판매 여성으로 표현하는 댓글도 다수 게시됐다.

류 의원은 "나는 내가 일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옷을 입었을 뿐"이라며 "평범한 옷차림에 성희롱이 쏟아지는 것은 여성 청년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 의원에 따르면 이날 복장은 전날 열린 청년 국회의원 연구단체 '2040청년다방' 창립세미나에 참석했을 때도 입은 옷이다.

세미나에 캐주얼 차림으로 참석한 청년 의원들은 본회의에도 같은 옷을 그대로 입고 가기로 약속했고, 류 의원과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캐주얼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했다는 설명이다.

류 의원은 이전에도 정장 반바지나 청바지 등을 입고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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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와 청셔츠 차림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에게 법률안 공동 발의를 요청하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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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권위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행은 계속 바뀌는 것이다. 옛날에는 한복을 입었지만 지금은 양복을 입지 않냐"며 "국회 안에서만 해도 양복을 입고 일하는 노동자는 극히 일부이지 않냐"고 반박했다.

이어 "구태의연함을 깨는 일은 진보정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언젠가 한 번쯤은 공론장에서 드러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의당은 "류 의원을 향한 비난이 성차별적인 편견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논평을 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소위 정치인다운 복장과 외모를 강요함과 동시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행태에 불과한 말들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여성 정치인의 외모, 이미지로 평가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말하려고 하는 행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여성 의원의 경우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화려한 색의 옷차림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며 "상대에게 고압적으로 소리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모습이 되고 원피스를 입은 게 문제시되는 작금의 현실에 유감을 표하며 지금은 2020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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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바지 정장 차림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6.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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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여권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도 류 의원의 복장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는 점은 유시민 전 의원의 '백바지' 논란과 비교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유시민 당시 국민개혁정당 의원은 의원 선서를 하러 국회 본회의장에 가면서 넥타이를 매지 않고 회색 티셔츠와 남색 재킷, 흰 면바지를 입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유 의원에 거세게 항의하며 집단퇴장을 해 의원 선서가 미뤄졌고 유 의원은 다음날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로 다시 의원 선서를 했다.

조 대변인은 이에 "중년 남성의 옷차림은 탈권위일 수 있고, 청년 여성의 옷차림은 정치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태도는 이중잣대에 불과해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정치인들의 연대와 지지 발언도 이어졌다.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21세기에 원피스로 이런 범죄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 하다니"라며 "나는 논쟁이 결코 유쾌하지가 않다. 정말 이럴 때 기분 더럽다고 하는 거다"라고 적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나는 류 의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녀가 입은 옷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며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serendipit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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