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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랜드마크 짓겠다더니 임대주택이 웬말"…강북서 번진 반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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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대책 후폭풍 ◆

매일경제

8·4 부동산 공급 대책에서 신규 택지로 선정된 상암DMC 랜드마크 용지.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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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도 DMC 랜드마크 용지가 주택 공급 후보지로 거론됐다는 언론 보도에 주민들 문의가 빗발쳐 정해진 게 없다고 달랬는데, 정작 4일 정부안에 포함되니 대처할 수가 없네요. 주민들이 구청장님은 물론 담당 과 공무원들 연락처까지 공유하며 문자 폭탄에 항의 전화를 돌려 업무가 마비될 정도네요."(서울 마포구청 공무원)

8·4 공급 대책에서 신규 택지로 선정된 태릉·상암·과천 지역에서 주민들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와 과천시 인근 지역 주민들은 나란히 주말 집회를 예고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세력을 규합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서초구 조달청사 이전 용지나 용산 캠프킴 용지 등 서울 최고 핵심으로 꼽히는 지역을 단 한마디 사전 논의도 없이 임대주택을 밀집해 짓겠다는 발상에도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5일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인근 주민들은 '태릉 그린벨트를 지키자'고 주장하며 이번 주말 집회를 예고했다. 집회 주최 측은 9일 롯데백화점 노원점 정문에서 2차 시위를 연다고 밝혔다. 태릉골프장은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후보지로 거론되자 지난 1일 300명가량이 1차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집회 주최 측은 9일 집회에 참석 의사를 밝힌 인원만 300명이고, 당일에 1000여 명은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집회를 처음 기획한 운영진 손 모씨는 "주민의 삶과 환경을 파괴하는 밀어내기식 주택 개발을 반대한다"며 "노원구에는 1996년 7호선 지하철 개통 후 어떤 인프라스트럭처 확충도 없었는데 아파트만 고밀도로 짓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근책으로 태릉골프장 용지 내 공원 조성 계획과 교통 개선 대책을 제시했다. 주민들 우려가 가장 큰 교통난에 대해 상봉~마석 구간 경춘선 추가 투입과 화랑로와 북부간선도로 확장, 간선급행버스 체계 구축 등도 내놓았지만 주민들은 시큰둥하다.

노원구 구민들은 정부가 서울 그린벨트를 풀지 않겠다고 해놓고, 예외적으로 태릉골프장만 풀었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태릉골프장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입니다 보호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려 보름 만에 1만6000명(5일 기준)의 지지를 얻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도 골프장 용지의 50%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개발 방향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마포구 주민들도 8·4 대책에 유휴지가 대거 포함되자 즉각 반발했다. 주민들은 "만만한 서울 서부지역에만 알짜 용지를 물색해 임대주택을 짓느냐"며 시위와 청원에 나서고 있다.

한 주민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상암DMC에 6000가구 공급 추진을 적극 반대합니다'란 글을 올려 5일 오후 현재 약 6000명의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그동안 DMC를 최첨단 스마트도시로 도약시키는 방향으로 개발해왔는데 갑자기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현재 상암동에 중학교가 한 개뿐이라 과밀 학급 문제 역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원래 상암DMC는 방송,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 기업과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등 IT기업 4만여 명이 근무하는 디지털미디어 및 콘텐츠 산업 클러스터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마포구도 주민 항의가 쏟아지자 5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계획에서 마포구에 대한 주택 계획은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상암동 유휴용지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마포를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신규 택지인 과천도 4일 정부과천청사 주변 유휴용지에 4000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한 직후 바로 국민청원에 돌입해 하루 만에 6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과천 주민들도 8일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집회를 기획하는 단체채팅방에서 한 주민은 "과천 3기 신도시 개발을 비롯해 과천주암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지구 등 2만가구 이상 공공주택이 들어올 예정인데 또 주택공급이냐"고 말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곳을 인공지능·바이오 클러스터로 조성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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