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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금=안전자산` 맞나…위태로운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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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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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랠리를 계속하던 국제 금값이 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안전자산과 약달러에 대한 기대로 금값이 계속 올랐지만 과거 금값 급등 후 급락했던 역사적인 경험을 토대로 추격 매수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1.7%(34.70달러) 오른 20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년 동안 깨지지 않던 역사상 최고가 금값 기록이 지난달 24일 깨진 데 이어 파죽지세로 상승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32% 이상 가격이 올랐다.

주요 금융회사들은 가격 전망치를 계속 높이고 있다. 골드만삭스그룹은 2300달러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증권의 마이클 위드너는 2500달러에서 최대 3000달러를, RBC캐피털마켓은 3000달러를 각각 예상했다.

반면 금값이 높은 상승률을 보인 1970년대 고인플레 시대나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고점 대비 30~60% 가파르게 하락했다는 점을 들어 금이 안전자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이 2010년부터 최근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의 연환산 변동성은 15.9%로, 동 기간 S&P500지수의 변동성인 13.7%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으로 나왔다. 고점 대비 월간 최대 손실률을 살펴봤을 때도 금은 -42.19%를 기록하며 -20% 수준인 S&P500 대비 2배가 넘는 값을 보였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지금까지 금의 상승을 이끈 달러화 약세, 실질금리 하락 등의 요소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경기 회복 신호나 코로나19 백신 뉴스 등으로 금값의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조업 침체로 현재 실물자산·원자재 수요가 금으로만 쏠리고 있다는 점도 향후 경기 회복 신호가 올 때 금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하고 있는 금의 수량은 현재 역사상 최고치인 3.05㏏(1억787만트로이온스)에 해당한다. 현재는 금값만 강세를 보이고 있어 원자재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향후 다른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금값은 조정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조와 이에 따른 달러화 하락으로 볼 때 금값의 지속적인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지난달 30일 제로금리 정책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 앞에 놓인 길은 이례적으로 불확실하다"며 이 같은 기조를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런 연준의 기조가 금값을 더 올릴 요인이라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상황에서 명목금리를 내리면 금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애널리스트인 수키 쿠퍼는 "금값을 가장 크게 좌우할 요소는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 위한 기준금리 방향에 달렸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는 것도 금값 상승에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즈호은행은 지난 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 참사와 관련해 금값이 온스당 2020달러 이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고 CNBC가 전했다. RBC의 크리스토퍼 로니는 마켓워치와 인터뷰하며 "여러 위기,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금은 '안전한 피난처'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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