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적 기지 공격' 강경론 펼친 日고노 "韓 양해가 왜 필요하냐"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北 등 겨냥 미사일 시설 공격 능력 확보 나서

이전과 달리 "주변국 양해 필요없다" 강경론

기자 : 자민당이 제안한 '상대 영역에서 미사일을 저지하는 능력'을 고려하는 경우 주변국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고노 다로 방위상 : 주변국은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기자 : 주로 중국이나 한국입니다.

고노 방위상 : 중국이 미사일 증강에 힘쓰고 있는 이런 상황에, 왜 (우리가) 양해를 얻어야 합니까?

기자 : 한국은 어떻습니까.

고노 방위상 : 왜 한국의 양해가 필요합니까? 우리나라의 영토를 방어하는데….

일본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이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의 일부다. 일본의 이른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의와 관련해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의 양해는 필요 없다"는 강경론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중앙일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지난달 23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통신학교를 시찰한 후 취재에 응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北 등 겨냥 미사일 시설 공격 능력 확보 나서



'적 기지 공격 능력'은 적국 내에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등을 폭격기나 순항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해 파괴하는 능력을 말한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육상배치형 탄도미사일 요격체계인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도입이 지난달 무산된 것을 계기로 이를 대치할 만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주장해 왔다.

자민당은 '적 기지 공격 능력'이 일본 평화헌법에 근거한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자 '상대 영역에서 미사일 등을 저지하는 능력'으로 표현을 바꿨다. 하지만 '상대 영역에서' 군사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내포된 의미는 같다.

이는 적국이 일본을 공격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을 경우 공격이 실행되기 전 타격할 필요가 있다는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 주장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전과 달리 "주변국 양해 필요없다" 강경론



특히 일본이 '북한으로부터의 미사일 위협'을 늘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 기지 공격능력' 확보는 한반도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일본이 만약 자국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 영역 내에서 탄도미사일 등을 저지'하는 구상을 실행한다면 북한이 제일 먼저 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일보

일본 항공자위대가 지난해 10월 도쿄도의 아리아케(有明) 린카이(臨海)광역방재공원에서 패트리엇(PAC3) 미사일 전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차기 총리로까지 거론되는 방위상이 "주변국의 양해는 필요 없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일본 언론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표면적으로라도 안보 정책 전환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주변국의 이해를 구하겠다"는 자세를 취해왔다.

아베 총리는 2015년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안보법을 개정하는 문제와 관련 주변국의 반발이 일자 "각국의 질문에 정중하게 답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투명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국회에서 밝혔다. 일본 FNN 뉴스는 "방위상의 이번 (주변국 관련) 발언은 일본 정부의 기존 태도와는 달라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5일 고노 방위상의 이번 발언에 대해 "논평할 가치가 없다"면서 "한반도 유사시 대응은 한미동맹이 중심이 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정치적 유산으로 만들려 해"



일본 정부는 '적 기지 공격 능력' 관련 논의를 계속해 9월쯤에는 새로운 미사일 지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4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 등 자민당 의원들로부터 관련 제안을 받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제대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 신속히 실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일본 육상자위대가 지난 5월 시즈오카현 히가시후지연습장에서 일본 내 최대 규모의 실탄 사격 훈련인 '후지종합화력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 사안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이를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아사히에 "총리는 이전부터 '타격력으로 억지력 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헌법 개정도, 북방영토(쿠릴 4개 섬의 일본식 표현) 반환도 특별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정권의 레거시(정치적 유산)로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