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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재건축 단지 103곳 전수조사..3곳만 공공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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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만가구 추정 근거 불명확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도 시큰둥…과밀화·일조권 고민

재개발은 최소 22곳 이상 관심..기부채납 완화 기대도

[이데일리 하지나 정두리 강신우 기자] “우리는 용적률 500~700% 준다고 해도 반갑지 않다. 우리는 전혀 관심없다”

정부가 서울권역 주택공급 방안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공사(SH)가 참여하는 공공재건축을 발표한 가운데, 시장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정부는 재건축 단지의 숙원사업이었던 용적률 최대 500%·50층 층수 완화까지 꺼내들었지만 시장 반응은 매몰차다. 정비사업구역에서 해제된 재개발 사업장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과 달리 재건축, 리모델링 추진사업장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03곳 중 3곳만 “검토해보겠다”

이데일리가 5일 부동산 114에 의뢰해 서울 내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 중 안전진단을 받고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지 않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 10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3곳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마저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보다는 내부적으로 검토 또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유보적인 태도에 가까웠다. 반면 응답자(54곳)의 대다수인 38곳은 정부 정책에 대해 “검토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3곳의 경우 답변을 거부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5만 가구 이상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의 추정치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사업 계획 수정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안전진단 후 사업시행인가 전 재건축 단지 93개(26만가구) 중 최소한 20%는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5만 가구에 대해 “사업을 추진 중인 재건축 단지의 20%는 참여할 것으로 봤다”며 “과도한 숫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은 정부의 탁상행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의 H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장에 의견을 묻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공공재건축은 민간이 참여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500가구 미만 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이 500%까지 올라가면 주변 지역과의 일조권 등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강남 대치동 우성1차 조합 관계자는 “지나치게 과밀화되면 생활 자체가 불편하지 않겠냐”면서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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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아파트 일대(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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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일각에선 재건축 연한 30년이 도래하는 1990년대 아파트의 경우 이미 용적률이 200%대로 높아 공공재건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잠원동 잠원한신로얄(용적률 268%·208가구) 아파트 조합장 김모씨는 “용적률 300% 전후의 500가구 이하 단지들은 고밀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옆 단지와 일조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평수도 현재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임대가구가 많아지는 것은 배제하고 봐도 고밀재건축에 맞지 않다”며 “현재 법 테두리 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만 잘해도 서울 내 10만가구는 추가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규모 단지인데다 용적률이 200% 초반대인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서도 고밀재건축을 바라는 눈치는 아니다. 등촌동 등촌부영(용적률 219%·712가구) 아파트 조합장 이모 씨는 “재건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또 임대가구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고밀재건축으로 전환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강남 집값을 낮춰야 전체적인 서울 주택시장을 하향 안정화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강남에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하는 게 순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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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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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은 기대감…최소 22곳 공공재개발 추진할 듯

재건축 사업의 반응이 미진한 데 비해 재개발 사업은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8·4 대책으로 정비해제구역도 공공재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려는 해제구역의 반응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정부는 공공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일부 지역에 한해 기부채납 비율을 기존 50%에서 20%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재개발을 새로 추진 중인 구역은 22개로, 이 구역 모두 공공재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2만 가구 이상이 공공재개발로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사업 지연 등으로 해제된 지역은 서울 내 176개에 달한다. 특히 이들의 대부분(82%)은 노원·도봉·강북 등 강북 지역에 쏠려 있다. 만약 공공재개발이 활성화 될 시 강북과 강남의 개발 격차를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제까지 강남 재건축에 비해 강북 재개발 사업은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강북 재개발 사업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접근해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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