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1㎞ 날아간 ‘20㎾급 레이저빔’ 수초만에 미사일 모형에 명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창설 50주년 자주국방 산실 국방과학硏 르포

불꽃 일으킨 모형엔 작은 구멍들

비행 불가능한 수준의 손상 입혀

첨단 연구개발 성과들 대거 공개

세계일보

유도로켓 비궁·비룡 지난 3일 충남 태안군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열린 국방과학 합동시연에 한국산 유도로켓 비궁(왼쪽)과 130mm 유도로켓 비룡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레이저 요격 시험 사격을 시작합니다. 셋, 둘, 하나, 사격 개시!”

지난 3일 충남 태안군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 사격통제관의 명령이 내려지자 무인기와 미사일 등을 수㎞ 떨어진 곳에서 레이저빔을 쏴 무력화하는 레이저 요격장치가 가동됐다. 일직선으로 1㎞를 날아간 20㎾급 레이저는 수초 만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미사일 모형에 명중하며 불꽃을 일으켰다. 사격 후 확인해 보니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미사일을 파괴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비행이 불가능한 수준의 손상을 입혀 추락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ADD 관계자는 “로켓 내부의 탄두나 연료 등을 폭발시켜 비행체를 무력화하기에는 충분한 크기”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한국군 신무기 개발의 산실이자 국방 연구를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받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올해로 창설 50년을 맞았다. 사진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단거리지대공유도무기 ‘천마’를 발사하는 모습. 국방홍보원 제공


◆전장 판도 바꿀 수준의 첨단 기술 공개

이번 시연은 ADD가 창설 제50주년을 맞아 안흥시험장에서 국방부 기자단에게 주요 연구개발 성과를 처음 공개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2015년 레이저 관련 핵심기술 개발을 완료한 ADD는 2016년 북한 소형 무인기와 동일한 종류의 드론을 대상으로 시험해 성능을 입증했다. ADD 관계자는 “레이저 발생 기술은 미국과 5년 정도 격차가 나지만, 나머지 기술은 1∼2년 정도”라며 전력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ADD는 이날 개발이 진행 중인 초소형 영상레이더(SAR) 정찰위성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돼 2023년 말까지 개발이 진행되는 정찰위성은 가로 3m, 세로 70㎝ 크기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500㎞ 고도에서 지상 1m 크기의 물체를 관측할 수 있다. ADD 측은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 등을 탐지하려면 정찰 횟수가 많아야 한다”며 “이론상으로는 초소형 정찰위성 32대를 띄울 경우 한반도 일대를 30분 간격으로 정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는 스텔스 관련 기술 연구과제들도 소개됐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무인전투기에 필요한 전파흡수구조, 꼬리날개가 없는 비행체 형상 제어 등 핵심 기술과제는 2010년에 시작돼 1단계 연구가 이뤄졌으며, 2단계 연구가 한창이다. 10㎞ 고도에서 3시간 비행하는 것이 목표다. 드론이나 스텔스기처럼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 비행체를 탐지할 수 있는 광자·양자 레이더도 공개됐다.

세계일보

지난 3일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설 50주년을 맞아 첨단무기 합동시연회가 개최됐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비룡.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60노트(시속 111㎞)가 넘는 초고속으로 항해하는 차세대 초고속정(20t)도 모습을 드러냈다. 내년 4월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인 초고속정은 12명의 병력을 태우고 적 해안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어 해상 침투 작전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소형 무인기 여러 대를 고출력 전자파로 동시에 쏘아 떨어뜨리는 드론 대응 전자기펄스(EMP) 발사기도 등장했다.

음속보다 5∼10배 빠른 극초음속미사일 개발도 공개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5일 ADD 창설 제5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군은 정밀유도조종 기능을 갖춘 유도무기, 장사정 및 극초음속 미사일, 고위력 탄두, 한국형 위성항법체계 등의 기술 개발을 가속해 미사일 전력을 더욱 고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방장관이 공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장관은 또 “최근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사거리와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해, 사거리 800㎞의 ‘현무-4’의 개발에 성공했음을 재확인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차세대 무기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서두르는 것에 대응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일보

국방과학연구소 창설 50주년을 사흘 앞둔 3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열린 국방과학 합동시연을 찾은 취재진이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진행

ADD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ADD는 코로나19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설계한 코로나19 억제 유전자 치료제(siRNA)로 세포 및 동물실험을 한 결과 치료 효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ADD가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해 스스로 증폭하려는 것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변종 바이러스에도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ADD 측은 1000여 개의 치료제 후보군을 설계해 이 가운데 효능이 있는 6가지 치료제 후보군을 확인한 뒤 효능이 가장 좋은 1개 치료제로 동물실험을 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햄스터와 영장류의 바이러스가 감소하는 등의 효과를 확인했다. ADD는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제약회사와 협력해 안전성 평가 및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태안=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