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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멧돼지 둥둥, 700명 대피…한탄강 범람, 민통선 마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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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지난달 31일부터 670㎜ 폭우 쏟아져

북한서 내려온 흙탕물까지 합쳐 범람한듯

중앙일보

5일 오후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일대가 폭우로 침수돼 있다. 철원지역은 닷새 동안 최대 670㎜ 이상 폭우가 쏟아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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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된 폭우로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북쪽에 있는 마을들이 침수됐다.

철원군에 따르면 5일 오후 3시쯤 한탄강이 범람하기 시작하면서 민통선 북쪽에 자리한 갈말읍 정연리와 동송읍 이길리 마을이 침수됐다. 이 지역은 북한 지역에서 내려온 빗물까지 합쳐지는 과정에서 범람한 강물이 논밭에 이어 집까지 덮쳤다.

강이 넘치자 철원군은 즉각 정연리와 이길리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에 주민 400여명이 인근 마을회관과 군부대 등으로 황급히 몸을 피했으며,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급하게 산으로 올라갔다.

이길리 김종연(54) 이장은 “오후 1시부터 물이 조금씩 넘치는 것 같더니 2~3시간 지난 뒤에는 둑이 터져버렸는지 흙탕물이 쏟아졌다”며 “이후 마을에 1m가량 물이 차올랐다. 다행히 주민 100여명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길리와 정연리는 1996년과 1999년에도 집중호우에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수해를 입은 곳이다.

민통선 밖인 갈말읍 동막리와 김화읍 생창리 마을도 침수돼 주민들이 큰 피해를 봤다. 도로가 강처럼 변해 침수된 집에서 전자제품이 흘러나왔고, 마을 옆 남대천에는 죽은 멧돼지가 떠내려가기도 했다. 주민들은 임시대피소에서도 머물 수 없게 되자 구조 보트를 타고 새 대피소인 근남면사무소로 향했다.

한 주민은 “아무리 물을 퍼내도 하수도가 역류해 손쓸 방법이 없었다”며 “이틀 전에도 물난리가 나 급히 대피했는데 또다시 물이 들어차니 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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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강원 철원군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일부 마을이 침수돼 19구조대가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러 가고 있다. [사진사진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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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군은 이날 오전 10시28분에 정연리 주민을 대피시켰고, 이길리는 오후 1시17분, 동막리는 오후 2시3분, 생창리는 오후 3시56분에 긴급대피령을 내렸다. 철원군 관계자는 “철원 지역에 며칠째 집중호우가 계속된 데다 북한 쪽에도 비가 많이 내리면서 강폭이 좁은 상류 지역이 범람한 것”이라며 “산으로 대피한 주민들을 구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철원=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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