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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부동산 대책 갈수록 꼬인다…서울 가구 절반이 조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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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는 부동산 대책과 입법의 후유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급하게 끼운 첫 단추는 무리한 후속 대책을 부르고 있다. 정책 당국자와 시장의 간극도 점점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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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4아트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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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9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매매자금 출처 의심 거래를 상시 조사하고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요 개발 예정지 등은 상시 모니터링 후 과열 우려 시 즉시 기획조사에 착수하겠다”며 “변칙ㆍ불법 거래 의심 사례는 예외 없이 전수 조사해 끝까지 추적하고 엄중한 처벌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서울지역 아파트 중위가격은 이미 9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절반이 정부의 상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6ㆍ17 부동산 대책에서 자금 조달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했기 때문에 자료 검증만 잘하면 된다”며 “그런데 정부는 잇따른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잡히지 않자 국민을 못 믿고 규제ㆍ조사만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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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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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시장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 김 장관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용적률은 공공의 것”이라며 “특정 지역의 용적률을 완화해 주는 것은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3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제시한 공공재건축(용적률 상향 조건으로 기부채납 확대)에 대해 주요 재건축 단지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데 대한 답변에서다. 이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공재건축의 현실성을 떠나 사유 재산권에 대한 인식부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김 장관은 “수도권의 대부분 임대 가구는 갭투자 목적으로 산 집”이라며 “금전적 여유가 있지 않아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전환율(현재 4%)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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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상향한 공공 재건축 배분 구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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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속도전과 졸속 대책으로 인해 법끼리, 대책끼리 충돌하는 자가당착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 임대차보호법이 이틀 만에 의결·시행되면서 생기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과 충돌한다. 개정 민특법에 따르면 시행일(지난해 10월24일) 이전에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면 첫번째 재계약에선 5% 상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특별법 우선이기 때문에 전‧월세 상한제를 따르지 않고 임대료를 5% 넘게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전‧월세 신고도 임대차법에선 계약 후 30일 이내, 민특법에선 3개월 이내로 제각각이다.

임대사업자인 곽 모(67) 씨는 “국토부에 문의하니 ‘정해지지 않았다’는 모호한 답을 했다”며 “법 생태계까지 죄다 흔들겠다는 건데 정부부터 룰(규칙)을 좀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민 우선을 외쳤지만 정작 전세 대출에선 무주택자가 더 불리한 경우도 생긴다. 6‧17대책에 따르면 전세대출을 받은 무주택자가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초과 주택을 사면 전세대출을 바로 갚아야 한다. 같은 투기과열지구에 9억원 이하를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는 전세대출을 새로 받을 수 있고 연장도 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주택자에 대해 9억원 미만 대출 규제를 푸는 식으로 무주택 서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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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격 거래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곤혹스럽기는 집을 팔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면서 집 팔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찬경 공인중개사는 “최대 4년까지 거주하는 세입자를 끼고 집을 사두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투기 목적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처분하는 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며 거듭 경고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입법 과정이 불안하고, 정책의 지속성이 떨어지면 국민은 ‘정부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현주·조현숙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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