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분홍 원피스 입었다고 성희롱까지 당한 류호정, 이정미·고민정 한 목소리로…

댓글 10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일 국회 본회의에 입고 등장한 원피스 화제 / 이정미 “뭘 입던 무슨 상관?”, 고민정 “국회 엄숙주의·권위주의 깨준 것에 감사” / 진중권 “국회복 따로 있나? 본인들 패션에나 신경 쓰길” / 류 의원 “관행 깨고 싶었다.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할 일”

세계일보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입은 ‘분홍빛 원피스’ 때문에 국회와 온라인 공간이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류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등원해 눈길을 끌었다.(사진)

이에 친문(親文) 성향으로 알려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날 “티켓 다방에서 나온 것 같다”, “탬버린 손에 걸치고 ‘옵빠’ 한 번 외쳐라”, “미투 낚시질 한다” 등 비판을 넘어 성희롱성 댓글이 달린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일었다.

그러자 같은 당 이정미 전 대표는 “뭘 입던 무슨 상관이냐”라고 발끈했다.

이 전 대표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떼로 달려들어 폭력적 수준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이처럼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민주주의, 개혁, 이런 거 이야기하는 사람들 모여있는 방 맞냐”라며 류 의원에 대한 성희롱 댓글까지 달려 기사화 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류 의원에 대한 인신공격이 통신매체 이용 음란·모욕·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 대표는 “21세기에 ‘원피스’로 이런 범죄에 노출된다. 나는 이런 논쟁이 결코 유쾌하지가 않다”며 “기분이 더럽다”고 분노를 표했다.

세계일보

정의당 류호정 의원(왼쪽)과 이은주 의원이 지난달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류 의원은 양복 상의에 반바지 차림을 해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국회복(服)이 따로 있느냐”라며 “왜들 그렇게 남의 복장에 관심이 많은가. 본인들 패션에나 신경을 쓰라”고 지적하는 글을 했다.

또 “민주당 지지자들이 옛날 ‘수꼴당’ 지지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면서 “모여서 성추행 2차가해나 하고, 복장을 놓고 성희롱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류 의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녀가 입은 옷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국회는 그렇게 다른 목소리, 다른 모습, 다른 생각들이 허용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논란에 류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본회의 때마다 중년 남성이 중심이 돼 양복과 넥타이만 입고 있는데, 복장으로 상징되는 관행을 깨고 싶었다”라며 “국회의 권위는 양복으로 세워지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을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선 “관행이나 TPO(시간·장소·상황)가 영원히 한결 같은 것은 아니다. ‘일 할 수 있는 복장’을 입고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라며 “천편일률적 복장을 강조하는데, 국회 내에서도 이런 관행을 바꾸자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술집 도우미냐’와 같은 성희롱 발언에 관해선 “원피스를 입어서 듣는 혐오 발언은 아닐 것”이라며 “양복을 입었을 때도 그에 대한 성희롱 댓글이 있었다”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류 의원은 이어 “저의 원피스로 인해 공론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정치의 구태의연, 여성 청년에게 쏟아지는 혐오발언이 전시됨으로써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또 그는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닐까”라고 했다.

이날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류 의원을 향한 비난이 성차별적인 편견을 담고 있다”라며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어 “중년 남성의 옷차림은 ‘탈권위’고, 청년 여성의 옷차림은 정치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는 이중잣대”라며 “지금은 2020년”이라고 일갈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