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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대책 잉크도 안 말랐는데…벌써부터 삐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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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뒤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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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8·4 부동산 공급 대책이 발표 하루도 안돼 휘청거리고 있다.

서울시와 마포구, 노원구, 과천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급 대책에 반기를 들어서다. 여기에 이들 개발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서울 태릉과 상암, 경기 과천 등에 임대주택을 포함한 13만2000가구 규모의 신규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자 동시다발적으로 충돌 양상을 빚고 있는 셈이다.

더 문제는 親여권 성향의 서울시를 비롯해 나머지 지역의 시장 및 구청장들도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인들이라는 것. 같은 당적의 지자체장에게도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거나, 사전 협의도 없이 강행했다고 강경하게 버티고 있다.

결국 정부가 급한 불끄기에 급급하다보니 당정은 물론 지자체와의 논의없이 급조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상암동이 포함된 서울 마포구을을 지역구로 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상암동은 이미 임대 비율이 47%에 이르는데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느냐”면서 “주민과 마포구청, 지역구 국회의원과 단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어디 있나? 이런 방식은 찬성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종천 과천시장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도시발전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유휴부지 개발에서 제외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과천시가 이같이 반발하는 건 이미 주변에 대규모 택지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천은 3기 신도시 발표와 맞물려 발표된 과천지구와 함께 주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2만1000여가구의 택지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 과천·의왕의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정부의 주택공급 방안에 대해 비판했다. 이소영 의원은 “과천의 숨통인 청사 일대 공간을 주택공급으로 활용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소속인 오승록 노원구청장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오 구청장은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또 다시 1만 가구의 아파트를 건립한다는 정부 발표는 그동안 많은 불편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온 노원구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태릉 골프장 개발에 따른 부지의 50%를 공원으로 조성해줄 것과 교통 대책, 직주 근접 사업 확충 등을 요구했다.

서울 노원을이 지역구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개발하기로 가닥 지어진 데 대해 유감”이라며 “1만가구 고밀도 개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적 생태공원, 저밀도 개발, 근본적 교통대책, 자족기능 강화, 주민 친화적 개발이 전제되지 않는 계획 추진은 구민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해당 계획에서 마포구 주택 계획은 제외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대책 발표일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상암동 하나의 동에 6200여가구의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내용을 해당 지자체인 마포구와 단 한 차례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상암동 랜드마크 부지 인근은 상업시설이 거의 없고, 월드컵경기장 등으로 교통난이 심각한 지역이다. 고밀 개발로 대규모 주택이 공급되면 교통체증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대비율 47%인 상암동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냐”며 반발했다. 정청래 의원은 “주민들의 항의 목소리를 듣고 기사를 통해서 알았다”며 "마포구청장도 나도 아무것도 모른 채 발표됐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개발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택지 개발이 교통 체증과 도시 슬럼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정부가 ‘8·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각 지역 커뮤니티, 부동산 카페에는 공급 대책을 비판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하루 수십건씩 쏟아졌다. 대규모 택지 공급이 예정된 서울 노원구(1만가구), 용산구(3100가구), 마포구(6200가구), 경기 과천시(4000가구) 등에서 비판이 주로 나왔다.

한 네티즌은 노원구 맘카페인 ‘노원맘스’에 “(택지 개발 뒤) 엄청난 교통량으로 발생할 매연을 가족들이 마시게 될 것”이라며 택지 개발에 반대하는 글을 적었다. “강남 집값 잡겠다고 우릴 희생하나”, “돈 주고 못살 녹지에 시멘트로 꽉채운 닭장같은 1만 호라니”라는 반응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노원구 바쳐서 국회의원자리 하나 하고 싶나”, “선거를 빨리 다시하고 싶다”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일부 주민들은 택지 개발에 반대하는 집단 행동도 예고했다. 과천시 입주자대표연합회는 4일 비대위를 꾸리고 오는 8일 ‘청사유휴부지 주택건설 반대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물론 지역 정치인까지 비판에 나서면서 정부의 공급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인프라 구축과 조망권 침해,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자치구나 지자체와 사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경우 정부를 상대로 소송 등 공식 대응까지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치구 차원에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여 주택 건립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 서울 양천구 목동 유수지에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 위한 행복주택을 짓겠다는 시범사업이 주민 반대에 결국 무산됐다. 정부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양천구가 정부 상대로 행복주택 지구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해 2년여 간 재판 끝에 시범지구 지정을 해제했다. 당시 목동 주민들은 단지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집회를 여는 등 지속적인 항의 끝에 자치구와 협의를 이뤘다.

정책적으로도 설익었다는 평가다.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가 사업 지연으로 해제한 곳의 공공 재개발을 통해 2만 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제 이후 이른바 ‘집장사’들이 필지를 합쳐 빌라를 지은 탓에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곳이 대다수다.

공공재건축도 강남권 등 대다수의 민간 재건축 조합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실효성이 의문시 되고 있다. 정부가 층고완화 등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기부채납 등 뱉어내야하는 게 더 많다보니 참여의사가 없다는 의미리 해석된다.

공공재건축의 경우 사전수요 조사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대책 숫자 맞추기에만 연연했을 뿐 실현 가능성은 제대로 따지지 않아 실제 공급을 늘릴 생각이 있는 것인지 진정성조차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8·4공급대책에서 밝힌 공급 목표13만2000가구의 핵심물량인데 현실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관가 한 관계자는 “8·4공급대책은 시작하기도 전에 절름발이 신세가 되고 있다. 한달이 멀다하고 대책이 나오는 자체가 정상이 아닌 상황이다. 당정은 물론 여당내부에서도 엇박자가 보인다. 정부나 여당이 부동산으로 정책을 해야지 정치를 해선 안된다. 이제부터라도 공공성을 강화하면서도 현장과 시장논리도 반영한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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