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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태년 “국민이 원하는 건 국정 표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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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인터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한국일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부동산 3법'과 '임대차 3법' 등의 입법 추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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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다. 그러나 여야 합의가 어렵다면, 언제까지고 기다리며 국정을 표류시킬 순 없다. 국민이 원하는 건 국정 표류가 아니지 않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민주당이 부동산 법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입법 독주’를 했다는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시장 과열 차단과 세입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14일)을 앞두고 국회에서 진행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지난해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관련 법안이 즉시 처리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며 이번 법안 처리의 핵심이 ‘속도’였다고 강조했다. 법안 심사 절차를 대폭 단축해 부동산 법안 11개를 일주일 만에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다만 그는 “앞으론 여야가 협상하는 모습을 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두었다.

'일하는 국회'를 넘어 '빠르게 일하는 국회'의 원내 지휘봉을 쥔 김 원내대표는 고단한 듯 손에서 커피를 내려 놓지 않았다. '군사작전하듯 입법 속도전을 편 게 아니냐'는 질문엔 커피를 급히 들이키다 "아니다. 투명하게 야당에 협의를 요청해 왔다"고 선을 긋는가 하면, "저는 정말 협상가"라는 점을 연신 강조했다. 인터뷰는 3일 대면으로, 5일 서면을 통해 추가로 진행했다.

-주요 부동산 입법을 일단락지었는데.

“부동산은 국민, 특히 중산층ㆍ서민의 삶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주거 안정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최근 부동산 시장의 이상 과열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고 혼란을 방지하는 것이 그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그래서 법안 처리를 늦출 순 없었다.”
한국일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부동산 거래법 등 입법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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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 없는 속도전에 ‘군사작전이냐'는 말도 나왔다.

“군사작전은 몰래 하지만, 우리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했다. 상임위 소위 구성과 법안 협의를 야당에 거듭 요청했다. 정치권이 부동산 문제에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야당이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내놓은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후속 입법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통합당과 협의 처리할 여지가 정말 없었나.

“통합당의 속내는 분명했다. 부동산 폭등은 집권 세력에게 매우 부담이다. 부동산 입법에 협조해서 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키면 야당에 도움이 안 된다는 당리당략이 통합당에 있었다고 본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제1야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었다.

-원내대표 취임 일성으로 '속도를 내더라도 ‘국회 숙의의 총량’은 유지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국회 운영의 본질은 여야가 충분히 협의하고 가급적 합의 이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협의ㆍ합의가 안되는 경우엔 언제까지고 기다리며 국정을 표류시킬 순 없다. 국정이 표류하는 것을 국민들이 원하는 건 아니지 않나.”

-앞으로도 계속 속도를 중시할 건가.

“국회는 ‘숙의’하는 곳이자 ‘결정’하는 곳이다. 두 가지를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다. 숙의의 총량을 유지하면서도 결정의 속도를 빠르게 하겠다는 목표에 변함이 없다. 다만 ‘일하는 국회법’은 8월부터 야당과 충분히 협의해서 처리하겠다. 상임위별 전체회의와 법안소위를 한 달에 4번 여는 내용으로, 숙의의 총량은 유지되고 결정 속도도 대단히 빨라질 것이다."

-부동산 시장 관련 ‘강력한 추가 대책’을 언급했는데.

“목표하는 것만큼 시장이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재인 주택으로 부당 이익을 취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시도는 반드시 막을 것이다. 주택 공급 대책을 준비하면서 결코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되지 않겠다는 대원칙을 가장 고민했다. 투기세력의 몫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 완성’을 제안했는데, 왜 지금인가.

“수도권 면적이 국토의 11.8%인데 인구는 비수도권을 추월했다. 전 세계에서 수도권 인구가 절반을 차지하는 한국 말고 어디 있나. 수도권은 아주 과밀화되고, 비(非) 수도권은 공동화되는 양극화가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국토 균형발전은 굉장히 큰 틀의 가치다. 필요성은 다 느끼고 있으면서도 정쟁으로 빨려 들어갈까봐 말을 못 꺼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일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부동산 거래법 등 입법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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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얼마나 교감했나.

“국회의 결단과 여야 합의가 제일 중요하다. 지난 달 연설에서도 청와대가 결단하라거나 정부가 검토하라고 하지 않았다. 연설문도 안 본 분들이 '대통령이 답하라'고 한다. 국회에서 무슨 제안만 하면 ‘청와대의 뜻이냐’ ‘정부와는 충분히 논의했냐’는 반응이 나오는데, 국회는 왜 주도적으로 논의할 수 없나.”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국회 행정수도 특위를 민주당이 제안했지만, 잘 안 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정성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일이라는 게 처음에는 전혀 길이 안 보이다가도 찾아지고, 정성을 기울이면 어느새 이뤄져 있고 하지 않나. 행정수도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았으면 한다. 특위에서 질서있게 했으면 좋겠다."

-‘당정청 원팀’ 가동은 잘 되나. 이해찬 대표는 정부가 당과의 협의를 너무 형식적으로 한다고 쓴소리를 했는데.

“그 어떤 정부보다 당정청은 긴밀히 시스템화 돼서 굴러가고 있다. 이 대표는 주의를 환기 시킨 것이다. 보안을 유지해야 하거나 긴박할 때 당정 협의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어서 경각심을 주는 차원이다.”

-‘불도저냐 협상가냐’ 두 가지 평가가 있다.

“불도저는 사람의 손으로 못하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 어려운 일을 한다. 산비탈을 깎기도 하고, 처리하는 일의 양도 워낙 많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불도저라 불려도 괜찮다. 밀어 붙이기만 한다는 뜻이라면 저는 불도저가 아니다. 저는 협상가다.”

-불도저를 탄 협상가인가.

“한때는 언론에서 ‘협상의 달인’으로 불러줬다(웃음). 국회는 늘 협상을 해야 하는 곳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최근 국회 상황은 아쉬움도 불가피성도 모두 있다. 나름 충실히 협상에 임했다. 100%는 아닐지라도 상대가 일정 정도 만족할 만큼의 양보도 했다. 결코 우리가 다 다 뺏어 온 것이 아니다."

-앞으로 협상가의 면모를 더 볼 수 있나.

“볼 수 있을 거다. 저 협상 잘한다니까(웃음).”

-민주당 의원 전원과 돌아가며 식사 모임을 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많이 듣는 말은.

“어땠든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의원들의 열정을 자주 확인한다. 코로나19 국난 극복,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서 한 마음, 한 뜻으로, 열정적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허심탄회’ 목요 간담회 성과는 어떤가.

“각계 각층의 현장에서 뛰는 분들의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가는 데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19로 어려움 겪는 여행 항공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만나서 현장 목소리 들었고, 경제 4단체, 한국노총 등도 만났다. 간담회 요청 사항중 즉각 정부와 소통하며 해결 방안을 검토하거나 찾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지난번에는 비즈니스 목적의 출장 후 자가격리의 경우 저위험 국가에 한해 완화가 필요하다는 현장 어려움이 파악돼 정부와 즉각 논의했다.”

-21대 국회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전환의 시대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 있어 국회가 앞장서자는 말씀을 힘있게 드리고 싶다. 과거 산업화에 성공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는 정보통신기술(ICT)에 집중 투자해 정보화 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하게 됐다. 세 번째 발전 전략인 한국판 뉴딜을 통해 추격형 국가에서 선도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사회 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모든 국민, 경제주체가 고르게 성장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어떤 ‘여당 원내대표’로 기억되고자 하나.

“그 시대 정신에 충실한 원내대표다.”

-정치의 최종 목표는.

“어떤 자리에 가기 위해 과정을 밟는다는 식의 목표는 없다. 자리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일 뿐이다.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반드시 성과를 내더라’는 평가를 받으려고 늘 노력한다. 우리 사회는 정말 큰 산을 넘어가고 있다. '산'이란 표현이 약할 정도다. 우리 국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큰 변화 속에서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결과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사회, 함께 잘사는 사회, 평화가 있는 한반도에 가 있었으면 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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