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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단독]靑 조율한 수사권 조정안 “檢 압수수색건, 경찰 안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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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최종 조율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검찰이 압수수색한 사건 수사는 경찰에 넘기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 통제-경찰 수사’란 수사권 조정안 핵심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본지가 입수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시행령 18조(검사의 사건 이송 등) 제정안은 검사가 사건을 경찰 등 수사기관에 이송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1항 2호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예외로 뒀다.

‘다만 구속영장이나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대해 압수ㆍ수색ㆍ검증 영장이 발부된 경우는 제외한다.’

검찰이 법원에서 구속ㆍ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선 경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고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5급 공무원이 공사업자로부터 뇌물 1000만원을 받았을 경우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인지한 검찰이 5000만원을 받은 혐의(부패 범죄에서 3000만 원 이상 뇌물을 받은 경우 검사 수사)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할 경우 예외 조항에 해당해 사건을 경찰로 넘기지 않아도 된다. 이 내용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제정안을 최종 조율하는 과정에서 추가됐다.

경찰청에서 지난 5일 열린 입법예고안 현장 경찰관 설명회에선 해당 조항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경찰관은 “압수수색은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기 전 단순 혐의만 있어도 발부되는데 해당 사건을 모두 검찰이 수사하겠다고 하면 꼬리(시행령)로 머리(제정안)를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입장을 대변하는 법무부 정책기획단 관계자는 “시행령 제정안은 법무부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최종적으로 청와대가 조율해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 수사가 상당 부분 이뤄진 사건을 경찰로 이송할 경우 중복 수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검찰이 그대로 하는 게 낫다”며 “피의자 인권 보호나 수사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사건 이송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노섭 한림대 법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규정은 중요 범죄만 검찰이 직접 수사하도록 제한한 수사권 조정안 취지와 정면충돌한다”며 “검찰이 사건을 계속 수사하려고 무분별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1차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한정했다. 검찰은 부패 범죄의 경우 4급 이상 공무원 또는 뇌물액수 3000만원 이상, 경제범죄의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기준 5억원 이상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조만간 시행령을 입법 예고한 뒤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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