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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따로 노는 공급대책'…논란에도 밀어 붙이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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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서울시와 많은 논의를 거쳐 혼선 있는 것 아냐” 불협화음 진화

정부 기대수익 90% 이상 환수 목표 조합 “부담만 키우고 손해만 볼 듯”

은마아파트도 공공 방식 반대 늘어 시장의 정부 대책 불신에 호응 낮아

세계일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 공급대책 중 핵심으로 내세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 방안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재건축으로 용적률 상향과 층수 제한 완화 혜택을 받게 되면 5년간 5만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 측에서는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상황을 반기지 않고 있다.

정부는 5일 공공재건축 추진 방향과 관련한 서울시와의 불협화음을 수습하는 데 공을 들였다. 홍남기 경제부총기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재건축은 기재부, 국토교통부, 서울시 간에 많은 논의를 거쳐 마련된 방안”이라며 “서울시와 실무적으로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처럼 비쳐졌으나 이견이나 혼선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재건축 추진 방향과 목표치에 대해 궤도 수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5만가구 물량의 근거는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 5곳 중 1곳꼴로 공공재건축에 동의할 것이란 추산에서 출발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사업 시행인가를 받기 전 사업장은 모두 93곳, 26만가구 중 20%가 사업에 참여한다고 가정한 수치다. 용적률과 층수를 각각 최대 500%, 50층까지 허용하는 방식이어서 주택 물량이 2배가량 늘어나는 만큼 상당수의 조합이 눈독을 들일 만한 조건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재건축을 통한 이익을 조합이 가져가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게 맹점이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고 추가로 확보한 주택의 50∼70%는 기부채납하는 등 기대수익의 90% 이상 환수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공공성을 앞세운 정부와 달리, 수익성이 목표인 조합은 공공재건축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서울 강남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구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조망권이나 주차공간, 커뮤니티 시설 등의 측면에서 손해를 볼 것이란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주변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일단 공공 대신 민간 중심으로 추진해보다가 (공공재건축은) 추후 사업이 어려워졌을 때 고민해볼 수 있는 선택지 정도로 남겨두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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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사업이 상당 기간 지연되며 공공재건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도 공공 방식에 반대하는 주민 비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공공재건축은 사업성의 측면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정부는 늘어난 물량의 최대 70%를 가져가겠다고 밝힌 데다 늘어난 가구의 건축비 등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등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5·6 수도권 공급대책에서 밝힌 공공재개발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부는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참여하는 조건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해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 지연 등으로 해제된 곳은 서울에 176곳이 있고 이 중 145곳(82%)이 노원과 도봉, 강북 등 강북 지역에 있다. 하지만 5·6 대책 이후 지금까지 공공재개발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재개발 단지의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이라 민간에서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조합이 눈독을 들일 정도의 인센티브 방안을 추가로 내놓지 않는다면, 강북 비인기 지역의 일부 재건축 사업에만 공공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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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5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연합뉴스


◆신규 택지개발 ‘3중 반발’… 벌써 난관

정부가 8·4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신규 택지 개발이 벌써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환경단체까지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인 3만3000가구 공급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공급대책을 발표한 신규 택지 후보지 인근 주민 상당수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지자체도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청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포함된 상암동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계획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계획에서 마포구에 대한 주택 계획은 제외해달라”고 공식 촉구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미래 일자리 창출과 지역발전에 사용할 부지까지 주택으로 개발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마포를 주택공급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무리한 부동산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마포을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날 “상암 지역 임대주택 공급에 적극 반대한다”고 적었다.

앞서 노원구는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태릉골프장 개발 계획과 관련한 주민들 의견을 담은 서한문을 보냈다고 밝혔고, 경기 과천시도 과천청사 유휴부지 개발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공급계획에서 제외해줄 것을 공식 건의했다. 정부 방침에 공개 반발한 지자체(서울 노원·마포구, 경기 과천시)의 단체장이 모두 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정부·여당이 대책 발표 전 지자체와 제대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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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역주민과 지자체는 교통·생활 인프라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주택 공급계획만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태릉골프장 부지의 경우 노원구의 도시정비사업이 꾸준히 진행되는 데다 인근에 남양주 다산신도시까지 있어 교통난이 심각하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조만간 3기 신도시인 왕숙신도시까지 들어설 예정인데 정부의 도로 지하화, BRT 신설 등의 교통 개선대책은 주택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택지에 민간 분양과 공공 임대·분양을 어떤 비율로 배분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임대 비율이 높아질수록 지역주민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교통 대책과 편의시설 확충 등 혜택을 지원해야 지역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결정은 단시간에 확정될 수 없는 만큼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신규 택지의 경우 절반 분양으로 공급하겠다면서도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지역주민 반발과 지자체의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앞서 환경운동연합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20여개 단체가 태릉골프장 개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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