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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9778일간 억울하게 옥살이 한 中 남성 “고문, 협박에 거짓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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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동부 장시성에서 공안의 협박에 거짓 자백을 해 9778일, 약 27년간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남성이 드디어 무죄를 선고받았다.

5일(현지 시각) 영국 BBC와 차이나뉴스 등에 따르면 목수로 일하던 장 유환(52)은 지난 1993년 10월 장시성 난창의 한 마을에서 체포됐다. 당시 인근 저수지에서 두 소년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이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이웃집에 살던 장씨가 지목된 것이다.

난창 법원은 1995년 1월 그가 두 소년을 살해하고 이들을 밧줄로 묶은 뒤 저수지에 던졌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단 2년을 복역하면 종신형으로 감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장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교도소 안에서 매주 재심을 요구하는 서류를 작성해 사법부에 수천 통의 편지를 보냈다. 고문 끝에 거짓 자백을 했고 자신은 무고하다고 끊임없이 주장한 것이다.

조선일보

장 유환씨가 27년 전 자신이 살았던, 이제는 폐허가 된 집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 공안은 이 곳에서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의 간절한 요청은 오랜 시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작년 3월 중국 고등법원은 그의 재심을 받아들였다. 또 당해 7월 검찰은 장씨의 자백이 일관되지 않고, 원래 사건의 실체와도 여러 모로 일치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법원은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그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억울한 옥살이를 배상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결했다.

그는 옥살이를 한 지 9778일만에 교도소에서 걸어나왔고, 83세 어머니와 전 부인을 감격적으로 끌어안았다.

BBC는 중국 공안이 잠을 재우지 않고, 담뱃불로 지지거나 때리는 등의 고문으로 거짓 자백을 유도하는 일이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는 자백 만으로도 충분히 기소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지만 2010년부터 이를 근절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장씨는 출소 직후 “복역 기간이 너무 오래 돼 완전히 바보가 된 것 같다”면서도 “가족들과 함께 월병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장씨의 변호사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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