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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공작의 달인` 참모 얻은 뒤 확 달라진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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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공작의 달인으로 불리는 트럼프 책사 로저 스톤


'중국 총영사관 폐쇄·대선불복 및 대선일 연기 암시·틱톡 인수협상 개입'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11월 대선 경쟁에서 패배 가능성이 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적인 사고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 결정과 정치적 발언으로 미국 사회는 물론 세계를 뒤흔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가장 파격적인 조처들이 불과 한 달 새 동시다발로 터져나왔는데 시점 상으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바로 '공작의 달인'으로 불리는 선거전략가들이 속속 트럼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배치됐다는 점이다.

대표적 인물이 지난달 미국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로저 스톤(68)이다. 그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후보를 도와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각종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쏟아냈다. 트럼프 당선 후에도 새 대통령의 복심으로 활동했던 그는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2019년 초 체포된다.

이어 1년 뒤인 올해 2월 유죄 평결을 받아 긴 옥살이가 예정됐던 그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11일 사면복권했다. 민주당과 주류매체로부터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악의 권력 남용 사건"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권을 발동할만큼 그는 재선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트럼프를 구해낼 소방수였다.

스톤은 사면 이틀 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나의 후보자(트럼프 대통령)를 당선시키기 위해 필요한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로저 스톤이 자유의 몸이 된 후 나흘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책략가를 재선 캠프에 앉힌다. 올해 42세인 정치 컨설턴트인 빌 스테피언이 트럼프의 선택을 받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하게 된 것.

매일경제

트럼프 재선캠프의 새 선대본부장으로 발탁된 빌 스테피언


스테피언은 20대 후반 시절인 2004년 대선 때 부시·체니 캠페인에서 활동하며 선거 전략가로 경험을 쌓아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직전에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참모로 활동했는데 크리스티 측이 스테피언을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정치 공작원"이라고 평가할 만큼 책략에 능하다는 평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 아래 재선 캠프를 이끌고 있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43)와 한 살 차이다.

트럼프의 절친으로 통하는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워싱턴포스트(WP) 기자와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언급했다. 올해 11월 대선에서 스테피언이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를 관리하는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재선 승리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의 승리를 보지 않았나. 스윙 스테이츠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대선 전 그 어떤 여론조사 예측지보다 높게 나왔다. 나는 그 결과를 만든 상당 부분이 바로 빌 스테피언의 작업 때문이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두 책략가의 등장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예측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7월 21일 미 국무부가 중국 외교부를 상대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이내에 폐쇄하라"는 재외공관 폐쇄 공격을 개시해 중국의 상응 보복이 이뤄졌고 마침내 7월 말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과 청두 소재 미국 총영사관이 폐쇄됐다.

놀랍게도 이 사건은 로저 스톤이 2019년 초 체포되기 전인 2018년 트럼프가 러시아를 겨냥해 단행한 충격요법과 판박이로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영국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이 일어나자 시애틀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하고 60여명의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당시 미 국무부의 폐쇄·추방 명분 역시 이번 대중국 총영사관 폐쇄와 똑같다. 국무부는 "시애틀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은 보잉사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비롯해 여러 군 기지를 상대로 첩보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완벽한 곳"이라며 러시아의 미국 내 간첩활동을 문제삼았다.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 때처럼 이 당시에도 국무부는 러시아의 간첩활동을 의심할만한 명확한 물증은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가능성을 암시하고 우편투표(한국의 부재자 사전투표에 해당)에 부정선거 프레임을 거는 것 역시 새로 바뀐 참모인 스테피언 신임 선대본부장의 공작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거대한 비난 여론을 초래할 이슈들에 대해 '치고 빠지기' 식으로 일단 툭 던지고 보는 트럼프의 행보는 어찌됐든 노이즈 마케팅 방식으로 우편투표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발시켰다.

선거판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선거 고비 국면에서 후보들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포퓰리즘 정책을 들고 나와 노이즈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으려는 것도 이런 연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표밭인 플로리다주를 상대로는 우편투표를 장려하면서 네바다주의 우편투표 확대 조처에 대해서는 저지 소송을 내는 이율배반적 행보를 보이는 것도 경합지 관리를 맡은 빌 스테피언의 의도된 작품으로 보인다.

네바다주는 2016년 대선 때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 간 운명을 가를 경합주 중 하나였다. 6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네바다주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맡고 있다. 민주당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전개하며 위기감을 노출시키고 이 지역 보수·공화당 표심을 결집시키려는 게 트럼프 캠프의 전략인 것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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