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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유명희 본부장 "친중이냐 친미냐 물으면 '친회원국'이라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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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서 귀국 후 소회…"日 포함 164개국 모두 이해하려 노력"

이달 말 재차 출국해 '대면' 지지 교섭…"회원국 별 공감대 형성"

뉴스1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뉴스1 DB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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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권혁준 기자 = "친중인지, 친미인지를 물어보면 '친회원국'이라 답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 '양강'인 어느 한쪽의 힘을 기울이기보다는 양 쪽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전체 회원국을 포괄해 표심을 끌어내겠다는 뜻이다.

유 본부장은 6일 오후 정 부세종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WTO 사무총장 후보 정견발표와 현재까지의 선거 활동 진행상황 등에 대해 밝혔다.

그는 지난달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특별 일반 이사회에서 정견발표를 진행하고 회원국들을 만나 지지교섭 활동을 벌인 뒤 7월23일 귀국했다. 유 본부장은 이후 2주 간의 자체 자가 격리를 마친 뒤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유 본부장은 "정견발표를 통해 적실성(Relevant)·회복력(Resilient)·대응력(Responsive) 등 핵심비전 '3R'을 제시하고, 열흘 간 120여개국의 대사들을 만나 지난 25년 간 통상 분야에 종사하면서 축적한 전문지식, 후보 중 유일한 현직 통상장관이라는 점 등을 어필했다"고 말했다.

귀국 이후에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행에 제한이 있는 만큼 화상 혹은 유선 통화를 통해 각 국의 장관들과 대화를 하며 유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 본부장은 "여러 국가들의 입장을 들어봤는데, 공통적으로 WTO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을 느끼고 우려를 표하면서 WTO의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면서 "회원국들의 좌절과 실망, 희망과 의지 등을 모두 합쳐 WTO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큰 틀에서 'WTO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지만, 각 회원국들의 입장은 제 각각이었다. 유 본부장은 "어떤 국가는 개도국에 대한 지원과 배려를 최우선으로, 또 어떤 나라는 협상 기능의 복원을 중요시했고, 또 다른 나라는 제도를 이행할 분쟁기구가 중요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회원국들의 입장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유세 활동 중 구체적인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유 본부장은 "각 국의 분열과 대립, 의견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대한 이야기가 다른 국가의 강력한 반대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전체를 아우르는 답변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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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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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특히 난처한 질문은 중국-미국의 갈등 관계, WTO 제소가 이어지고 있기도 한 한-일 갈등에 대한 것이었다.

유 본부장은 "친중과 친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럴 때마다 '친회원국'이라고 답했다"면서 "저는 한-미 FTA와 한-중 FTA를 모두 타결시키고 비준·발효까지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 분열이 고착화된 현 상태에서 그러한 경험은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비슷했다. 유 본부장은 "지금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은 국가 간의 분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164개국을 이끌고 WTO의 개혁이라는 중책을 담당하는 것이라며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자무역체제의 수호자이고 그것을 유지하는 게 일본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 우리 입장에서도 일본이 중요한 회원국 중 하나인만큼, 제 생각과 비전을 공유하고 지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유세 기간은 다음달 6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이후 각 회원국들의 의견을 취합해 8명의 후보를 5명으로 추린다. 이어 3명을 더 탈락시켜 2명으로 좁히고, 최종 한 명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유 본부장은 선거 유세 기간 막바지인 8월말~9월초 쯤 다시 한 번 출국할 예정이다.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직접 대면해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아무래도 전화나 화상 연결보다는 직접 대면하는 것이 생각을 주고받는 데 있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원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는 WTO 사무총장으로서의 비전 제시 뿐 아니라 개인적인 공감대 형성 등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달 제네바에서의 지지 교섭 과정에서도 '여성 대사'들끼리의 만남을 통해 개인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유 본부장은 "많은 여성 대사들이 '여성'보다 실력으로 증명해 온 서로의 길과 행적을 통해 개인적인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를 통해 비전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면서 "WTO 사무총장도 결국 선거 운동이기 때문에 사람과의 공감대, 마음을 사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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